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하더라도 다 같은 16강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5일(한국시간) 세계랭킹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순위에는 지난 12일 31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성적이 반영됐다.
그런데 한국 축구팬들은 한국 순위에 다소 의아해하는 눈치다. 한국과 일본의 순위 상승폭이 눈에 띄게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란히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말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보다 세 계단만 오른 43위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무려 13단계나 뛰어 32위에 올랐다. 순위로만 따지면 한국은 일본에 11계단이나 뒤졌다. 특히 16강 진출에 탈락한 호주(20위)와 일본에 이어 아시아국가 중 3위에 그쳤다.
그렇다면 한국의 순위는 왜 소폭 상승에 그친 것일까. 바로 월드컵 본선 성적에 가장 많은 가산점을 부여하는 FIFA의 순위 산정 방식 때문이다.
FIFA순위는 크게 다섯 가지의 기준에 의해 정해진다. ▲경기결과에 따른 기본 점수(Result: Win-Draw-Defeat) ▲경기 중요도에 따른 가산점(Importance of match) ▲상대팀 랭킹(Strength of opponent) ▲대륙별 가산점(Regional strength) ▲경기시기에 따른 가산점(Number of matches considered per year).
이중 순위 산정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경기결과에 따른 기본 점수 ▲경기 중요도에 따른 가산점 등 두 가지 정도다.
자세히 살펴보면, FIFA는 A매치에서 승리할 경우 3점, 승부차기 승리일 경우 2점, 무승부 및 승부차기 패배 1점, 90분 내 패배 0점의 기본 점수를 부여한다.
여기에 경기의 중요도에 의해 가산점에 차등을 둔다. 친선경기에는 1배, 월드컵 예선 및 대륙별 선수권 예선에 2.5배, 대륙별 선수권 본선 및 컨페더레이션스컵에 3배를 준다. 월드컵 본선에는 무려 4배의 가중치가 부과된다.
일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서 카메룬과 덴마크를 물리치고 2승1패를 기록했고,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졌다. 승부차기 패배는 무승부로 간주되므로 종합전적은 2승1무1패다.
특히 ‘월드컵 본선 가중치'가 적용되면 일본은 24점을 얻게 되고 16강전(무승부 간주)을 통해서도 4점을 추가해 총 28점을 획득했다.
반면 한국은 조별리그 1승1무를 기록, 16점을 받았다. 이후 한국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기본 점수도 받지 못했고, 나머지 기준들을 추가 적용하더라도 일본과의 차이를 극복하긴 쉽지 않다.
순위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순위는 그 동안 그 나라의 축구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순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월드컵에서 시드배정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순위관리도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되어야 한다.
한편, 1993년 8월 시작된 FIFA순위는 산정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이유로 2005년 개정 논의를 가졌고 2006년 7월12일부터 쉽게 바뀐 산정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