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팀 창단 배경 알고보니…씁쓸

입력 2010-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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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자축구 유쾌한 도전

열악한 환경서 U-20월드컵 4강쾌거
지소연 등 스타탄생…지도자도 부각
축구협 장기프로젝트 결실 미래 밝아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희망을 봤기에 슬픔은 없다.

한반도를 또 한 번의 축구 열기로 들끓게 했던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태극 낭자들의 전진이 4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꼭 8년 전, 한일월드컵에서 거침없었던 한국 축구을 저지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상대가 독일이었기에 더욱 쓰라렸다. 독일은 홈 그라운드인데다 체력도 월등했다. 반면 한국은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소연(한양여대) 정혜인(현대제철) 김나래 김혜리(이상 여주대) 문소리(울산과학대) 등 모두가 영웅이었고, 그들을 이끌었던 최인철 감독 또한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출전 기회는 많이 부여받지 못한 채 벤치에 머물며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던 또래 소녀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축구에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늘 반복되는 게 바로 ‘저변’ 얘기다.

하지만 여자축구는 ‘열악하다’는 단순한 수식으로는 부족하다. 등록 팀도 유소년 클럽 및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고작 65개에 불과하니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녀들은 세계 정상권에 도달했다.

선수단의 투혼도 갈채 받을 만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2002년 이후 본격 도입한 장기 선수육성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여자축구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협회 산하 연맹에 분배된 월드컵 잉여금으로 여자팀이 창단됐고, 더불어 엘리트 선수들의 탄생과 다양한 국내 대회 출전비 지원도 함께 이뤄졌다. 동아시아선수권과 피스퀸 컵 등 국제 대회는 물론 국내 최초의 연중 실업리그인 WK리그도 출범해 희망을 더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할 해외 전지훈련도 이뤄졌다. 연령별 여자대표팀의 발전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 감독처럼 여자 전임 지도자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현역 시절 스타 출신은 아니었어도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새로운 영역에 당당히 도전해 성공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실제 일부 사령탑들은 남자축구로 다시 옮긴 뒤에도 자신들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시키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여자 축구는 ‘마지못해 해야 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에 머물렀으나 이젠 아니다. 오히려 여자가 세계 축구 정상에 오르는 시기가 훨씬 빨리 찾아온다고 믿는 이 또한 적지 않다.

2008년 U-17 여자월드컵 8강 진출과 2009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하계 유니버시아드 사상 첫 금메달로 시작된 기적 아닌 기적. 이젠 한국 여자 축구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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