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20 여자월드컵의 성과
지소연·문소리 등 스타탄생…향후 10년 뛸 수 있어 미래 밝아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은 정말 많은 것을 남겼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축구 향후 10년을 책임질 많은 스타들의 탄생이 고무적이다.
A매치 최연소 데뷔 및 최연소 득점 등으로 일찌감치 성인무대에서도 가능성을 확인시킨 스트라이커 지소연(한양여대)은 국내외를 통틀어 또래들보다 한 수 위였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해냈고, 골키퍼 문소리(울산과학대)는 독일과 대회 4강전에서 무려 5실점을 했음에도 수려한 외모와 안정된 기량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뿐만 아니라 최후방에서 든든한 리더 역할을 했던 ‘캡틴’ 김혜리와 중앙 미드필더 김나래(이상 여주대)도 농익은 플레이로 스타덤에 올랐다. 최고참임에도 골 욕심을 버리고 묵묵히 동료 지소연을 도왔던 또 다른 공격수 정혜인(현대제철)의 희생정신도 단단한 팀워크에 한 몫 했다.
이들 대부분이 풍족한 살림살이가 아닌, 평범하거나 혹은 조금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자라난 터라 의미는 각별했다.
독일전이 열린 날, 대한축구협회 1층 로비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언니들의 경기를 지켜본 서울 송파초등학교 축구부의 한 소녀는 “꼭 언니들처럼 멋진 선수가 되겠다”며 “제가 대표팀이 됐을 때는 여자축구가 지금보다 인기가 많지 않겠느냐”고 해맑게 웃었다.
국내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여자축구의 존재를 인식시킨 것도 반갑다.
처음으로 여자청소년대표팀 경기가 공중파로 생중계됐고, 수많은 언론들이 어린 태극 낭자들의 선전을 생생히 보도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고 있음에도 관심 밖의 존재처럼 돼 버린 WK리그와 팀 해체와 맞물려 점점 폭이 좁혀지는 학원축구의 실태, 부족한 인프라까지 장밋빛이 아닌 조금 어두운 여자축구의 현실이 고스란히 전달돼 관심이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처럼 큰 소득은 없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늦은 90년대 들어서 여자 축구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20년 남짓한 짧은 세월에 거둔 대단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