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는 메이저리거의 삶은 화려하다. 일반 서민이 상상할 수 없는 연봉에, 전용기를 타고 미 전역을 누빈다. 식당에 가도, 쇼핑을 해도 나름의 VIP 특권이 있다.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 그들의 세상은 분명 신기하고 때론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의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는 그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은 소박하고 때론 감동적이다.
존 프랑코는 오랜 시간 동안 뉴욕 메츠의 주장이자 리더였다. 좌완 투수로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2005시즌에 은퇴했다. 뉴욕의 브루클린이 고향인 그는 진정한 뉴요커였다. 그리고 그는 항상 유니폼 속에 오렌지 색깔의 티셔츠를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메츠의 팀 색깔중에 오렌지색 계열이 있어 얼핏 보면 메츠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티셔츠는 뉴욕시 환경미화원들이 근무할 때 입는 유니폼이었다. 30여년 동안 프랑코 아버지의 직업은 뉴욕시 청소부였고 프랑코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사랑과 노력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청소부 유니폼을 속에 입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던 것이다. 현역 시절 그는 “청소부로 일한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그 티셔츠를 볼 때마다 힘이 된다”고 인터뷰에서 수차례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는 1년 한번씩 꼭 수백명의 뉴욕시 환경미화원들을 메츠경기에 초대했다.
로저 클레멘스는 한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였다. 물론 지금은 스테로이드 스캔들에 얽히는 바람에 많은 팬들과 동료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김병현의 두차례 블론세이브 때문에 한국팬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7차전에서 애리조나가 극적으로 승리한 후 김병현을 찾아와 격려와 위로를 했던 선수가 바로 클레멘스였기 때문이다. 자기 소속팀도 아니고 먼나라 출신의 까마득한 상대팀 후배를 챙겨줄 이유가 전혀 없는 그가 왜 그랬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병현과 비슷하게 아주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클레멘스는 어쩌면 김병현에게서 데뷔 시절의 자기 모습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메이저리그도 결국 사람이 모인 곳이고 사람이 사는 곳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구는 웃고 어느 누구는 소리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 있다면 감동이 있을 것이고 그 감동 속에서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o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twitter.com/danielkim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