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이야! 충남 일화 전은애(가운데)와 부산 상무 최전선(오른쪽)이 1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0 WK리그 경기에서 볼을 따내기 위해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초록 필드를 누비는 그들과 팀 관계자들은 여전히 밝았고, 또 건강했다. 숫자는 적어도 WK리그를 찾는 팬들 역시 ‘열성’이란 수식이 부끄럽지 않다. 경기를 앞두고 벤치 앞에서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던 충남 일화의 한 선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묻자 “스토리”라는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정말 그랬다. 여자 축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반짝 관심과 반짝 스포트라이트가 아니었다. 이들은 여자 축구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이 제시한 해답은 전혀 의외였지만 꽤 어른스러웠다. “성적은 한 순간이잖아요. 대신 저희가 꾸준히 ‘(이야기)꺼리’를 만들면 주위에서 싫어도 관심을 가져 주시겠죠.”
예전과 같은 수동적 자세가 아닌 능동적인 태도로 자신들을 어필하겠다는 의미였다. 팬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딸과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러 왔다가 경기를 관전하게 된 이시훈(42·자영업) 씨는 “암 투병 중인 엄마와 사는 지소연 선수나 팀 이탈로 물의를 일으킨 박은선 선수는 축구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은 잘 안다. 늘 좋은 성적에, 감동적일 필요는 없다. 관심을 꾸준히 받기 위해 남자 축구 이천수 같은 말썽쟁이도, 잔잔하고 슬픈 사연도 모든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프로야구에 갈수록 치이는 우리 K리그는 여자축구의 이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