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스포츠동아 DB]
팬퍼시픽수영선수권대회 200m 2위
마린보이 장기 ‘막판 스퍼트’는 실종
1500m 8위…장린보다 15초나 뒤져
떨어진 파워·지구력 동시 보완 숙제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마린보이 장기 ‘막판 스퍼트’는 실종
1500m 8위…장린보다 15초나 뒤져
떨어진 파워·지구력 동시 보완 숙제
박태환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모의고사에서 종목별 희비가 엇갈렸다.
○재기 가능성 200m…막판 스퍼트 보완과제로
박태환(21·단국대)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윌리엄 울렛 주니어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0 팬퍼시픽수영선수권대회 남자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27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1위는 라이언 로치트(미국·1분45초30). 박태환의 기록은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5·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건 2008 베이징올림픽 결선(1분44초85·아시아기록) 이후 최고다. 이 때 세운 개인최고기록보다는 1.42초 뒤졌지만, 2009로마세계선수권대회(1분46초53)보다는 0.26초 빨랐다.
일단 자유형200m에서는 ‘희망을 봤다’는 분위기다. 스포츠동아 이동운(대한수영연맹총무이사) 해설위원은 “일단 정해진 훈련량을 잘 소화했다. 기록회복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쉬운 점은 박태환 특유의 막판 스퍼트 실종. 이번 대회 자유형200m에서 박태환은 초반100m를 51초46만에 1위로 돌파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51초54)보다 더 빠른 페이스. 하지만 이후 100∼150m구간과 150 ∼200m 구간에서 각각 27초25, 27초56으로 힘이 떨어졌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두 구간 기록이 각각 27초14, 26초17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박태환특별강화위원회위원) 박사는 막판스퍼트에 대해 “지구력이 60∼70%, 젖산내성(운동량이 급격히 증가할 때 피로를 이기는 능력)이 30∼40% 정도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컨디션이 최상이었던 시점(2008베이징올림픽)과 직접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파워와 지구력의 동시보완이 과제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이 해설위원은 “박태환이 바로 뒤에 1500m에 출전했기 때문에 체력안배의 차원도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추가했다.
○되레 후퇴한 1500m…쉽지 않은 지구력 회복
하지만 이어 열린 남자자유형 1500m에서는 15분13초91로 터치패드를 찍어 25명의 참가선수 중 8위에 머물렀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세운 개인최고기록(14분55초03·한국기록)에 한참 뒤졌을 뿐 아니라, 2009로마세계선수권(15분00초87), 2008베이징올림픽(15분05초55)에도 못 미쳤다. 1위는 14분49초47을 기록한 라이언 코크레인(22·캐나다). 아시아권 선수로는 남자자유형1500m 아시아기록(14분45초84) 보유자 장린(23·중국)이 3위(14분58초90)에 올랐다.
물론 박태환의 저조한 기록에는 200m레이스 이후 1500m에 출전하는 등 무리한 경기일정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맞설 ‘라이벌’ 장린에게 무려 15초 이상이나 뒤진 점은 우려스럽다.
수영인들은 “1500m 훈련을 하면 400m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지구력은 모든 중장거리의 기본소양이기 때문. 하지만 1500m는 수영최장거리로, 가장 고된 훈련이 수반된다. 생리학적으로 남자선수의 경우 이미 만 15∼16세면, 지구력이 거의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에는 훈련량으로 지구력을 유지할 뿐, 특별한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다. 한 번 떨어진 지구력을 채우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박태환이 “1500m 아시아기록은 꼭 탈환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1500m의 부진은 부활을 위해 2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수영계 일각에서는 벌써 ‘200m와 달리 1500m는 아시안게임에서 힘들지 않겠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태환은 21일(한국시간) 주종목인 남자자유형 400m에 출전하며 이번대회를 마무리한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