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에 관한 유일한 인상은 수줍음입니다. 기자실에 들어와서는 인사만 하더니 나갑니다. 예전 정치인 출신 총재가 한바퀴 돌면서 굳이 악수까지 청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무보수 총재, 자율총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에 대한 인상은 이 정돕니다. 취임 후 1년 반이 흘렀고, 명색이 야구기자인데 아직도 평가를 못 내리겠습니다. 공과가 엇갈려서가 아니라 도무지 평가할 재료 자체가 없어서입니다.
# 다만 대원칙은 알 것 같습니다. ‘비판받을 일은 안 하겠다.’ 그러나 야구행정의 수장인 총재 자리는 사안에 따라 일각의 욕을 각오하고라도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입니다. 아쉬운 소리도 할 때는 해야 되는 법입니다. 이에 관해 어느 야구계 인사는 이렇게 평하더군요. “자기 손에 흙을 묻히고 싶지 않으면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등용하면 된다. 요즘 KBO가 하는 일이 그린스포츠 같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캠페인만 나온다. 그러나 지금 한국 프로야구에 진짜 필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여기저기 추진력을 발휘해서 야구장을 개보수하는 일 아닌가.”
# 지난주 신인 드래프트는 KBO ‘보신주의’의 단적인 사례입니다. LG가 저지른 추태는 결과적으로 “미안해요”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끝나고 말았습니다. ‘규정에 없으니 처벌할 수 없다?’이 얼마나 깔끔한가요? KBO는 8개 구단 단장이 협의한 결과라고 얘기하겠지요. 하지만 그 자리를 기획한 주체는 KBO였습니다. 강경 처벌을 바랐던 7개구단 스카우트 실무자들만 우스운 사람들이 된 셈입니다. 커미셔너의 본분은 각 구단 사이에 엇갈리는 이해에 대한 조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페널티를 사용한다 한들 뭐라 할 사람은 없습니다. KBO에는 상벌위원회라는 자체 기구도 있습니다. 분쟁이 생겼는데 이를 수수방관한다면 그 순간부터 절대 권위를 가져야할 커미셔너십에는 상처가 생기기 시작할 수밖에요. 자율총재이기에 스스로 만들어가는 권위가 더 빛나는 법이 아닐까요.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