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정훈은 포크볼을 가장 잘 던지는 투수로 통한다. 그러나 그 포크볼 탓에 부상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를 늘 받아왔다. 실제로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접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조정훈은 포크볼 구사가 부상을 불렀다는 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스포츠동아 DB]
그립 자체가 팔꿈치 무리 VS 팔꿈치 안꺾는데 웬 부상?
포크볼 던지면 단명한다는데…검지와 중지사이 깊숙히 끼워서 던져
그립 팔꿈치 의존…부상당할 수밖에
실제 포크볼러에게 들어보니…
커브·슬라이더 등 다른공도 팔꿈치 무리
“선입견일뿐…오히려 관절 부담 적은 편”
롯데 조정훈이 미국에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마치고 19일 귀국했다. 조정훈의 지난 시즌 포크볼 구사비율은 약 30%. ‘현역 최고·최다 포크볼러’인 그의 팔꿈치 부상은 야구계의 해묵은 논의를 다시 한번 촉발시켰다. ‘포크볼 투수는 과연 단명 하는가?’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주장 1. 포크볼은 팔꿈치를 갉아먹는다?
보통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은 달걀을 ‘쥐듯’ 잡는 것이 정석. 하지만 포크볼은 공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깊숙하게 ‘끼워서’ 던진다.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그립자체부터 팔꿈치에 긴장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포크볼은 미래를 담보로 하는 구종’이라는 의견의 출발점이다.
그립 뿐 아니라 던지는 메커니즘도 다른 구종과 다르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직구 등이 공을 (손목으로 채면서) 때리는 감이라면, 포크볼은 공을 (손목을 쓰기보다는) ‘스윽’ 빼는 느낌으로 던진다”고 했다. ‘포크볼러의 팔꿈치 고장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은 이 지점에서 논거를 확장한다. “타자들이 헛스윙을 하면,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축구에서 헛발질을 하면 무릎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생체역학을 전공한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이를 과학적으로 해석했다. “임팩트 순간, (대상이 없으면) 과신전(hyperextension·과도하게 관절이 펴지는 것) 현상이 온다”는 것. 그래서 투수들은 섀도우 피칭을 할 때 손에 수건을 끼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봉중근(LG)의 설명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25세 이전의 팜(Farm) 선수들에게는 (포크볼을) 잘 권하지 않는다. 포크볼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서클체인지업을 주로 연마한다. 빅리그 투수들이 포크볼 보다 (손가락을 덜 벌려 팔꿈치 긴장이 적은) 스플리터를 선호하는 이유도 부상 위험 때문”이라고 했다.
○주장 2. 포크볼이 도리어 관절부담 적다?
하지만 막상 포크볼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선수들의 얘기는 다르다. 조정훈은 “팔뚝 뒤쪽 근육에 ‘약간’ 무리가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몸이 안 좋을 때 던지다가 탈이 난 것일 뿐, 포크볼 때문에 수술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정재훈(두산) 역시 “그립에서 근육의 긴장이 더 있을 뿐, 큰 이상을 주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롯데의 신형 포크볼러 김수완은 아예 “난 전혀 문제없다”는 반응.
현역 시절, ‘언터처블’의 포크볼을 자랑한 넥센 정명원 2군투수 코치는 한 발 더 나간다. “포크볼이 (직구와 달리) 찍듯이 던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팔꿈치와 손목을 비틀지 않기 때문에 (커브, 슬라이더에 비해) 도리어 무리가 덜 간다”고 했다. 정 코치는 1992년 팔꿈치수술을 경험했는데, 이 때는 포크볼을 구사하기 이전이다. 본격적으로 포크볼을 던진 시점은 1994년. 그 공을 주무기로 한국시리즈 노히트노런(1996년)도 했고, 90년대 후반까지 최고 전성기를 보냈다. 정 코치는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포크볼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긴 적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포크볼 못 던지면 투수도 아니다(LG 이병규)”라는 일본에서 ‘팔꿈치 수술이 더 잦다’거나 ‘투수들이 단명한다’는 통계는 없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해설위원 역시 “포크볼로 유명했던 노모 히데오(일본)도 처음 수술을 받은 부위는 팔꿈치(2006년)가 아니고, 어깨(1994년·2003년)였다. 한국이 포크볼에 예민한 것 같다”고 했다.
○포크볼의 ‘또 다른 함정’ 구속저하
정명원 코치는 ‘팔꿈치 부상 위협’보다 도리어 포크볼이 빠질 수 있는 다른 함정을 지적했다. 바로 구속저하. ‘포크볼과 팔꿈치 부상의 상관관계’와는 달리, 대다수 야구인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포크볼은 팔 스윙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 꽂는’ 정통파 투수들에게 더 유용하다. 직구와 유사한 궤적을 유지하다가 떨어짐으로써 타자에게 혼란을 주는 구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구와 포크볼은 공을 빼는 감각이 달라, 포크볼 의존도가 커지면 직구를 던지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퇴화된다”는 것이 정 코치의 설명이다. 구속이 저하되면 포크볼의 효과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 코치는 “만약 투수들에게 포크볼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한다면, 이유는 ‘팔꿈치’보다 ‘구속’의 문제”라고 했다.
부상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프로야구의 투수들이 당장 주무기를 바꿀 수는 없다. ‘사실 포크볼 뿐만 아니라 커브나 슬라이더 등도 팔꿈치에 좋지 않다’는 것이 정설. 그래서 포크볼이 미치는 악영향을 ‘유연성’이나 ‘그립의 미세한 변화’로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일본투수들처럼 밸런스가 좋다면, 포크볼을 던져도 부상 위험이 적을 수 있다”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보다 러닝과 유연성(스트레칭)을 강조하는 일본야구의 특징을 언급한 것이다.
LG 박종훈 감독은 미국연수시절 빅리거 출신의 투수코치에게 들었던 ‘포크볼 충격’의 완화법을 소개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운 뒤 ‘엄지를 공 밑에 받치느냐, 공 옆에 두느냐’에 따라서 팔꿈치 인대가 느끼는 긴장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을 끼워보면, 엄지를 공 옆에 두는 편이 팔꿈치 긴장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 조정훈은 “그 방법을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포크볼을 잡을 때) 검지 옆에 엄지를 둔다. 하다보니 그게 더 편했다”고 밝혔다.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