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 등 뛰어난 스포츠 지도자들에 대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 관심만큼 스포츠에서 리더십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과제지향적인 지도와 관계지향적인 지도의 효과 차이, 권위적인 행동과 민주적인 행동의 효과 차이, 상황에 적절히 맞는 지도 형태 등 여러 관심 사항들이 연구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결과들이 제시하는 바를 스포츠 현장에 실제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적절한’ 상황인지 지도자가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한두 번 그런 기술적 제시를 한다 해도 좀 지나면 쉽게 잊혀지고 지도자 자신의 특성이 다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이 보다 훨씬 정확한 요인은 지도자가 투입하는 열정의 크기이다.
몰입하는 지도자의 열의는 이런 기술적 제시 보다 훨씬 정확하게 지도 효과에 연결되어 있다. 선수들에게 조금 맞지 않은 지도 형태도 선수가 지도자의 진정한 열의를 느끼면 용납되는 수가 많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지도자의 그 열의가 궁극적으로 그 팀 자체를 위한 것인지 지도자 자신의 영달을 위함인지 여부까지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 처음에는 이런 구분이 잘 안 되는 듯해도 선수들은 조금 지나 금방 알아차린다. 그래서 지도자가 최소한 선수들 앞에서는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리더십 효과들이 지도자에게 느끼는 도덕적 의혹 위에서는 절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조금 지난 이야기이지만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 열기가 뜨거웠다. 후보들의 면면에 도덕성을 위주로 많은 사람들이 실망감을 말했다.
스포츠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는 한 가지 점에서 크게 다르다. 스포츠 지도자는 선수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드문데, 정치 지도자는 국민들이 만들고 선택한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자를 지도자 후보 위치에 가도록 한 자체에 우리 자신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도덕성에는 전체가 공유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우리 국민을 하나로 할 수 있는 지고한 가치와 힘이 있다. 도덕성의 동일한 기반 위에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용승 KISS 선임연구원
서울대 졸업 후 국비유학으로 U.C.버클리에서 석, 박사학위 취득. UNESCO 및 WADA 한국대표, wADA 교육 상임위원을 역임. 불안, 동기, 경쟁관교육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스포츠심리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