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호기심천국] 초구 공략은 득일까 실일까

입력 2010-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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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의 사나이 송지만 ‘공격적인 송지만, 다섯 번 나오면 두 번은 초구를 친다.’ 넥센 송지만은 통산 초구타격 비율이 41.7%에 이르는 말 그대로 ‘초구의 사나이’다. 스포츠동아 DB

초구의 사나이 송지만 ‘공격적인 송지만, 다섯 번 나오면 두 번은 초구를 친다.’ 넥센 송지만은 통산 초구타격 비율이 41.7%에 이르는 말 그대로 ‘초구의 사나이’다. 스포츠동아 DB

안타 확률은 확실히 높아진다, 그러나…

▶이래서 초구가 좋다


스트라이크 많고 구질 적응에 유리
수싸움 필요없고 자기 스윙에 집중
전체선수 통산 초구타율 3할3푼대

1977년 월드시리즈 6차전.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는 레지 잭슨(당시 뉴욕 양키스)의 3연타석 홈런은 모두 초구를 친 결과였다. 하지만 초구타격이 항상 팬들을 열광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때때로 ‘초구의 사나이’들은 ‘성급한 타자’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초구의 사나이’들은 누구이며, 왜 초구에 적극적일까. 반대로 초구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타자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로 본 ‘초구의 사나이’는 넥센 송지만

스포츠통계기록전문회사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1997년 이전은 아직 전산화가 완료되지 않아 이하 모든 통산기록은 1997년 이후부터 2010년 8월26일까지로 한정) 통산초구타격(안타·범타·파울·헛스윙 포함) 비율이 가장 높은 타자(1000타석 이상)는 롯데 가르시아(47.9%)다. 두산 이성열(43.1%)과 넥센 송지만(41.7%)이 각각 2·3위. 이 가운데서도 송지만은 단연 ‘초구의 사나이’다. 통산초구타격비율 10걸 가운데 가장 높은 초구타율(0.386)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초구안타(437개)를 쳤다. 통산초구홈런에서도 독보적인 1위(69개)다. 15일 목동 LG전 끝내기 홈런, 20일 잠실 LG전 결승홈런도 모두 초구공략의 결과였다.

 





○초구타격의 4가지 장점들

송지만, ‘원조 초구 사나이’ 연세대 윤덕규 코치 등이 말하는 초구타격의 장점은 크게 4가지다. 첫째는 “초구는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확률이 높다”는 점. 둘째는 “투수가 초구부터 결정구(best stuff)를 넣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밑천을 처음부터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 셋째는 “혹시 파울이나 헛스윙이 나오더라도 공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0점 사격을 통해 실사격의 감을 잡는 것과 같은 원리다. 넷째는 “초구는 투수와 타자가 백지상태에서 싸우기 때문에 타격밸런스에만 집중하기 쉽다”는 점. 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첫 판 이후에는 수 싸움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하지만 초구승부 때는 상대적으로 이런 골칫거리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타자는 ‘자기 스윙’에만 집중할 수 있고, 장타확률도 높아진다.

윤 코치는 초구타격을 수싸움에도 활용했다. 초구 변화구에 ‘일부러’ 헛스윙을 해서 상대에게 ‘타자가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준 다음, 역으로 직구를 노리는 식이다. 윤 코치는 “과감한 초구스윙으로 상대가 ‘저 타자는 뭘 노리지?’라는 의문을 품게 하면, 타자가 심리전을 주도할 수 있다. 마치 바둑에서 선수를 잡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밝혔다.

○초구 치면 누구나 3할?…선구안 자신 있으면 기다림의 미학도!

초구타율은 어느 타자나 자기평균보다 높다. 프로야구 통산초구 타율은 무려 0.336에 이른다. 반면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타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볼카운트 2-0에서는 0.160, 2-1에서는 0.179. 타자입장에서는 2스트라이크 이전에 승부를 내는 것이 안타확률이 높은 셈이다.

그럼에도 LG 유지현 작전·주루 코치 등 유독 초구를 치지 않는 타자도 있었다. 유 코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로 1번 타자로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타자는 스트라이크가 들어올수록 심리적으로 위축되는데, 그럼에도 초구를 치지 않는다는 것은 컨택과 선구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밝혔다. 통산초구타격비율이 가장 낮은 넥센 심재학(12.7%) 2군타격코치도 ‘선구안’을 언급했다. “심판이 볼 판정을 물어볼 정도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져오는 ‘최후의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도 초구에는 손을 잘 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다림’의 개성도 상황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 주자가 있다면 역으로 초구를 노릴 수 있기 때문. 또다시 역으로 초구의 사나이들도 “우리 팀 수비시간이 길었다거나(송지만)”, “1번타자로 기용됐다면(윤덕규)” 초구를 꺼린다. 그래서 송지만은 “초구타격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적극적인 타격의 (하위)개념으로 초구타격을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초구를 왜 치니?
출루율 중요한 1번타자 성급함 금물
선구안 자신있는 타자도 기다림 유리
주자유무 등 상황에 따른 타격이 중요


○초구의 팀은 롯데…2008년에는 초구의 덫에 걸리기도

팀컬러별로도 초구타격에 대한 통계가 엇갈린다. 예상대로 2010시즌 초구타격비율이 가장 높은 팀은 롯데(33.9%)다. 결과도 좋다. 2010시즌 초구타율 10걸 가운데 홍성흔(0.500), 손아섭(0.490) 등 무려 5명이 롯데 타자다. 홍성흔은 “(로이스터) 감독님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반면 초구타격비율이 가장 낮은 팀은 SK(25.2%). 롯데의 공격적 성향이 단기전에서는 독이 되기도 했다. 2008년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삼성 선동열 감독은 투수들에게 “초구에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라”고 주문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리드의 달인’ 박경완(SK)도 “(적극적인 타자라면) 초구에 결정구를 넣기도 한다”고 밝혔다.

에이스급 투수들은 “사실 초구를 많이 치는 타자가 더 편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안타를 맞아도 공 1개만 던지니 큰 부담이 없고, 아웃카운트를 잡으면 투구수를 줄이니 편했다”고 했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지금도 현역으로 뛰는) A타자를 상대할 때는 초구를 유인구로 ‘엮어서’ 많이 잡았다”며 구체적인 ‘초구사나이’ 대처방법까지 소개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b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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