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한대화. 스포츠동아DB
한화 한대화·삼성 선동열 감독의 소회
한화 구대성(41)은 3일 대전 삼성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다. 하마터면 태풍에 휩쓸려 날아갈 뻔했던 기회다. 한화는 예비일(9일)까지 내정해 놓고 초조하게 하늘만 바라봤다. 다행히 한화 ‘레전드’의 아름다운 마지막은 태풍도 피해갈 모양이다.삼성도 19일 대구 SK전에서 양준혁(41)의 은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일찌감치 약속됐던, ‘전설’에 대한 예우다. 양준혁이 은퇴 확정 이후에도 쉬지 않고 배팅 훈련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한화 한대화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은 저마다 이들의 은퇴 경기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한대화 “은퇴 번복? 본인 의사에 맡겨야지”
한 감독은 “구대성이 2군에서도 공을 안 던진지 꽤 오래 됐다.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투구 결과보다는, 구대성이 대전구장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는 뜻이다.
이 때 ‘구대성이 초구부터 몸쪽으로 140km 후반대 직구를 찔러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다면?’이라는 가정도 뒤를 이었다. 한 감독은 껄껄 웃더니 “은퇴 번복에 대해서는 본인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선동열 “은퇴 경기, 그 자체로도 행복한 것”
삼성 선동열 감독 역시 구대성의 은퇴 경기에 대해 “몇 이닝을 던지느냐”, “선발인가 마무리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특급 좌완의 은퇴를 앞두고 스스로도 옛 생각이 나는 듯 했다.
“1999년 말에 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 시범경기 때 마지막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서 겨울 동안 운동을 거의 못했다”면서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를 상대했고, 정면승부해 안타를 맞았다. 아무리 은퇴경기라도 피해가기는 싫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실 은퇴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렵다. 나도 1999년 우승 이후 은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30년간 해온 야구를 접으려니 쉽게 결심이 안 섰다”면서 “그래도 은퇴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은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경기? 결과보다 출장 그 자체에 의미 둬야”
양준혁은 이날도 변함없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후배들과 프리배팅을 했다. 구대성도 호주에서 제 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 감독도 짐짓 “정말 은퇴 경기에서 다들 잘 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곧 “아무래도 실전과 훈련은 다르기 때문에 본인도 팬도 출장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감독 역시 “은퇴를 결정하는 순간 마음 자체가 흐트러져 버린다. 다시 몸을 끌어올리는 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