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조범현은 왜 박경완·손시헌을 택했나

입력 2010-09-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광저우 아시안게임 사령탑인 조범현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6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정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서정환, 김용희, 강문길 기술위원, 조 감독, 김인식 기술위원장.

광저우 아시안게임 사령탑인 조범현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6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정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서정환, 김용희, 강문길 기술위원, 조 감독, 김인식 기술위원장.

방망이 조인성 대신 노장 포수 박경완
주루플레이 약점 불구 투수 리드 점수
기본 탄탄 손시헌 투입 막강 내야 구상
전체적 전력은 일본·대만보다 한수위
조범현 감독의 선택은 ‘안정’이었다. 조 감독은 6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무엇보다 금메달을 따는데 가장 초첨을 뒀다”며 선수선발 과정에서 ‘실력’이 최우선 사항이었음을 강조했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는 대회. 기존에 누누이 강조했던 대로 ‘금메달을 따는 최선의 명단’을 뽑은 것이다.

조 감독은 일찌감치 이승엽(요미우리) 임창용(야쿠르트) 두 일본파와 두산 3루수 김동주가 예비 명단에서 빠지는 등 자신이 구상한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선택 가능한 선수 중 최고 실력을 가진 선수들로 팀을 꾸리겠다”고 강조했고, 결국 기술위원회와 조율을 거쳐 ‘안정적인 틀’에서 팀을 구성했다.

선수 면면을 보면 조 감독의 심중을 또 한번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포수 박경완의 발탁이 주목된다. 노장 박경완은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아 주루 플레이에 문제가 있고, 올 시즌 종료 후 수술 일정도 잡아놓았다. 반면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LG 조인성은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과거 박경완(2000년·95타점)이 작성한 기록을 넘어 포수 부문 역대 최다타점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조 감독은 조인성이 아니라 박경완을 택했다. 조인성의 방망이 대신, 박경완의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배터리로서의 호흡에 더 많은 점수를 줬다. 쌍방울과 SK 시절 ‘지도자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던 박경완에 대한 굳은 믿음을 엿볼 수 있다.

내야 수비의 핵 역할을 할 유격수 자리에 평소 ‘최고 유격수’라고 평가해온 두산 손시헌을 낙점한 것 역시 조 감독의 안정적인 선수선발 기준을 엿볼 수 있다. 탈락한 SK 나주환과 달리 손시헌은 이미 군대를 다녀왔지만 그의 탄탄한 기본기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대호(롯데)가 지명타자로 나선다면 1루 김태균(지바롯데), 2루 정근우(SK), 3루 최정(SK)에 손시헌으로 이어지는 막강 내야진을 꾸릴 수 있다. 조동찬(삼성)과 강정호(넥센), 두 멀티 내야수를 보태 비상시에 대비하는 포석도 잊지 않았다.

최종 24명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때 조 감독은 큰 무리 없이, 인정받는 수준에서 선수를 뽑았다. 이대호와 김태균은 물론 추신수(클리블랜드) 김현수 이종욱(이상 두산) 등 국가대표 야수진에 김광현(SK) 류현진(한화) 윤석민(KIA) 등 2008베이징올림픽 우승∼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주역 등을 모두 망라했다.

베이징올림픽 사령탑 김경문 감독이 기동력에 중점을 뒀고, 두 차례나 WBC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기술위원장이 베테랑을 중시하며 수비에 역점을 뒀다면 조 감독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안정적인 선수 구성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전력으로 볼 때 한국은 아마추어로 구성될 일본, 국내파 프로선수들로 짜여질 대만보다 우위 전력이다. ‘우승해야 본전’인 아시안게임의 특성상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겠다는 조 감독의 의중이 읽힌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