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 10세 초등생 납치 8년간 노예감금

입력 2010-09-07 10: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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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CNN  보도화면 캡처

사진출처= CNN 보도화면 캡처

괴한에게 납치돼 지하 단칸방에 8년간 갇혀 있던 소녀가 납치기간 동안 벌어졌던 일을 자세히 공개했다.

10세 때 오스트리아 빈에서 25km 떨어진 세트라스호프시에서 낯선 남자에게 납치돼 8년간 ‘노예’로 지내다 탈출한 나타샤 캄푸쉬는 최근 ‘3096일’이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펴냈다. 엔지니어였던 범인 프리콜로필(44세)은 그녀가 탈출한 직후 자살했다.

현재 22세인 그녀는 그동안 구체적인 이야기를 피해왔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를 충분히 딛고 일어선 지금 마침내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자세히 공개할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 판이 6일 그녀의 이야기를 수기 형식으로 공개했고 CNN 인터넷 판이 이를 인용해 그녀의 고난을 재조명했다.

그녀는 이혼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납치 하루 전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매우 늦게 함께 사는 어머니 집에 돌아왔다. 이로 인해 어머니는 그녀에게 매우 화를 냈고 다시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녀는 “다음날 아침, 엄마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학교에 가는 걸로 항의했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이런 반항심이 문제의 시초였을 수도 있다. 그녀는 늘 어머니 혹은 아버지와 함께 학교에 갔었고 혼자서 등교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이런 것쯤이야 할 수 있어. 이건 나 자신에 대한 시험이야. 나는 혼자서 학교에 가기로 했잖아”라고 다짐하며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엔지니어 였던 납치범은 골목에 흰 색 밴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녀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지나치려고 했다. 범인은 미리 열어둔 밴에 그녀를 밀어 넣고 출발했다. 단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녀는 머릿속이 빈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행이 잇달아 일어났던 것을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던 그녀는 제대로 반항하지 못했다.

이어 벌어진 일에 대해 그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했다. 1주일에 200번 가까이 얻어 맞았고 때로는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하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범인은 보수적인 인상이었고 다소 연약해 보였다는 것의 그녀의 회상. 그러나 그는 심각한 정신질환자였던 듯하다. 범인은 방에 그녀를 가둬 놓고 머리를 깎은 채 반라로 생활하게 했다. 방에 스피커를 설치하고는 밖에서 “복종하라 복종하라”를 수없이 반복해서 외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노예가 필요하다. 너는 나의 노예다. 너의 부모는 너의 몸값을 지불하기를 거절했다. 그들은 너를 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그녀의 심리를 조종하려 했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주인님”이라 부르도록 했으며 한 침대에서 잘 때는 그녀를 자신에게 묶어 두기도 했다는 것.



그녀는 살기 위해서 유일한 외부와의 접촉 수단인 그에게 때로는 애원하고 때로는 부탁하며 8년을 버텼다. 납치된 첫날 밤엔 자신이 납치된 사실로부터 오는 공포를 이기기 위해 그에게 잠들기 전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으며 집에서 부모님이 하는 것처럼 뺨에 키스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는 것.

그녀는 어느 날 밖에서 그의 차를 닦고 있는 동안 그가 잠시 등을 돌린 사이 도망쳤다.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으나 이후 점차 회복했고 한 때는 TV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빈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사원문: http://edition.cnn.com/2010/WORLD/europe/09/06/austria.natascha.kampusch.autobiography/index.html?hpt=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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