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엄태웅 “연애 서툰 남자들 이 영화 보면 찔릴 걸”

입력 2010-09-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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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은 지난해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단단해졌고”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으로는 처음 출발할 때와 같은 생기를 얻었다고 했다. 

■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서 남 좋은 일 시키는 남자 엄태웅

로맨스를 조작하는 캐릭터
찍으면서 문득문득 찔려

연애 하고싶은데 큰일났어
일이 너무 재밌어지네


19세기 말, 큰 코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닌 남자 시라노는 팔촌 여동생 록산느를 사랑했다. 하지만 콤플렉스는 커다란 장벽이었고 시라노는 자신의 마음을 감췄다. 대신 그녀를 연모하는 미남 청년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준다. 시라노의 사랑은 어떻게 됐을까.

시라노처럼 배우 엄태웅은 연애를 성사시켜주려는 남자다. 그것도 ‘쥐도 새도 모르게, 뒤 끝없이’.

시라노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제목의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제작 명필름) 속 이야기다. ‘시라노 에이전시’는 연애에 서툰 남녀를 이어준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안 하는’ 이들은 조직적인 방법으로 남녀의 연애를 이어주는데 이를 선두에서 이끄는 사람이 엄태웅이다.

현실 속 엄태웅은 아직 ‘화려한 싱글’이다. 한때 세상이 다 아는 연애에 빠졌지만 그것도 이젠 지나간 추억이 됐을 뿐. 엄태웅은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는 이젠 간절한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이제 그의 대표작이 되다시피한 드라마 ‘선덕여왕’과 ‘마왕’을 비롯해 영화 ‘핸드폰’, ‘차우’ 등 최근작에서 드러낸 강렬한 이미지와는 영 딴판인 모습으로 16일 관객을 만나게 되는 엄태웅에게 연애와 영화와 일상에 대해 물었다.


-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한 게 신선해 보인다.

“그런가? 작품 자체가 최선이라기보다 내 선택이 최선이었다. ‘선덕여왕’이 끝날 때쯤 김현석 감독을 만났고 그와 통했다. 연애 하면서 자주 범하는 실수와 치부(?)를 드러내는데 내 또래 남자들이 아마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남자들이 보기에 찔리는 구석이 많게 느껴질 터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이기적이면서 (여자에게)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 하는 모습 같은 것? 배려하는 만큼 상대를 배려하려 하지만 그것 역시 내 기준일 뿐이다.”


- 영화 홍보 자료에는 극중 캐릭터에 대해 ‘사랑은 모르고 표현만 할 줄 아는 남자’이다. 실제로도 그런가.

“닮았다. 그런데 나 말고도 아마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나?”


- 그렇다면 연애의 경험이 도움이됐겠다.

“아하! 조심스럽다. 인터뷰란 게 나 혼자 얘기하는 게 아니어서. 하하! 개인적 경험을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 ‘선덕여왕’의 뒤끝이 남지는 않았나.

“이미 종영된 지 시간이 좀 지났고 새 작품을 빨리 시작할 수 있었다. 전작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이번 영화에 거는 개인적 기대가 있나.

“기대라기보다, 가장 재미있게 했던 작업이었다. 나와 비슷한 캐릭터인 데다 감독도 나와 닮았다. 비슷한 사람끼리, 비슷한 얘기를 비슷한 생각으로 함께 했다. 많은 힘을 얻었고 일하면서 스스로 충전했다.”


- 비슷하다는 것은.

“이전까지는 내 경험보다 머릿속에서 쥐어짜 내며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또래 연애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극중 상황이 어떤 감정과 어떤 상태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또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 실제 멜로는?

“지금은 아니다. 물론, 하고 싶다. 아마 지금 난 외로움을 덜 타는 것 같다. 일이 재미있어졌다. ‘선덕여왕’ 후반부부터 힘겨움을 넘기면서 좀 더 단단해지자고 생각했다.”


- 단단해진다는 것은.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일종의 자책이랄까. 시간이 지나고 견뎌내면서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많이 지쳐 있기도 했고 배우로서 그저 안주하고 싶기도 했다. ‘선덕여왕’은 정신이 바짝 들게 해줬다. 지나고 나니 좋은 백신이었다.”


- 당신을 괴롭힌 바이러스는 무엇이었나.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림이 떠오르지 않곤 했다. 그런 내가 싫은데 또 빠져나갈 방법도 없었다.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처음 출발할 때 느낌이 들게됐다. 내게 생기를 불어넣은 영화다.”

엄태웅은 “이젠 내 나이만큼, 나이에 맞는 남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아이 같다”는 그는 “주변의 것을 외면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러질 않기 바란다”면서 이전보다 단단해지고 넓어진 생각을 드러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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