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수위 가혹해” vs “상습범이잖아”

입력 2010-09-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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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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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항의 가르시아 ‘잔여경기 출장정지 징계’ 합당한가? 현장의 소리 들어보니…
징계 합당하다

항의 할수도 있지만…대부분 습관적 행동

빈도의 문제…KBO 가중처벌 올바른 조치징계 과도하다

판정 항의할때 넘어선 안될 선 있지만…

문화적 차이…잔여경기 출장정지까지?추상적 징계 문제있다

시즌 막바지 잔여경기의 기준이 뭔가?

“KBO 모호한 징계수위 아쉽다” 의견도롯데 카림 가르시아(35)는 올해로 3년째 한국무대에서 활약 중인 장수 용병이다. 호쾌한 한방과 빨랫줄 같은 송구, 팬들의 눈길을 확 당기는 강력한 제스처로 당당히 ‘멕시코산 부산 갈매기’로 듬뿍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간혹 그의 말과 몸짓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라고 느끼면 시도 때도 없이, 물불 안 가리고 심판에게 달려드는 과잉행동 때문이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가르시아에게 페넌트레이스 잔여 7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8일 대구 삼성전 도중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터뜨리다 퇴장을 자초한 게 직접적 발단이며 5월 20일 군산 KIA전 때 역시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데 따른 1차 엄중경고에 이은 가중처벌이다.



KBO가 이처럼 추상같은 징계를 내리자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최근 음주운전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두산 이용찬에 대해 KBO 상벌위가 같은 날 시즌 잔여 9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한 사실이 형평성 논란을 촉발했다. 용병이라 유독 가혹했다는, 즉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는 반론이 가르시아를 옹호하는 측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시즌 말미 파장을 몰고온 가르시아에 대한 징계의 수위는 과연 타당한 것일까. 프로야구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크게 보면 세 갈래 시선이다.


○상습적 항의에는 일벌백계가 약?

KIA 김조호 단장은 “우리도 로페즈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힘든 부분을 안다”면서도 “한국에 온 몇몇 용병들의 행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물론 그것을 조절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 단장은 “우리 역시 처음에는 로페즈의 행동에 참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 다음에는 구단 차원에서 강하게 어필했고 지금은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KIA 최희섭도 “메이저리그에서 (같이) 있어봐서 가르시아의 심정을 안다.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이 모든 사태의 1차적 잘못은 선수에게 있다. 삼진을 당한 후에 항의를 한다고 해서 판정이 번복되는 건 아니지 않나. 참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김재하 단장과 선동열 감독 등도 비슷한 견해였다. 선 감독은 “판정에 대해 언제든, 누구든 아쉬움을 느낄 순 있다. 하지만 가르시아의 판정 항의는 사실 상습적인 측면이 있다”며 습관적인 항의 행태 때문에 가중처벌을 가한 KBO의 결정에 수긍했다.

파문의 확산을 원치 않았던 롯데 배재후 단장도 “단순히 항의했다고 경고와 출장정지를 준 것이 아니라 빈도의 문제라고 KBO가 판단한 것 같다. KBO의 조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출장정지는 과도한 징벌?

가르시아의 후견인이나 다름없는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KBO가 징계를 줄 권리가 있다면 선수는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항의한 것에 대해 출장정지는 너무 심하다. 납득이 안 간다”며 여전히 가르시아를 두둔했다. 롯데 주장인 조성환도 “가르시아의 경우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라고 본다. 국내 선수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SK 민경삼 단장도 “출장정지는 너무 가혹하다. 벌금으로 제재했으면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라며 조심스레 아쉬움을 나타냈다. 삼성 진갑용은 “판정에 항의할 때도 넘어선 안될 선이 있다. 또 항의 빈도가 잦아서도 곤란하다. 하지만 출장정지는 좀 가혹한 측면이 있다. 4강행을 결정짓지 못한 상황에서라면 팀에게도, 당사자에게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다행히 롯데는 4강을 확정해 이번 징계가 그다지 큰 타격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은 숙제들

용병이지만 동료인지라 상당수 선수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특히 두산은 중립을 지키려 애썼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상대해야 하는 마당에 자칫 불필요하게 감정을 자극할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아울러 KBO의 모호한 징계 수위(기준)와 심판진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SK 김성근 감독은 “징계가 잔여경기 출장정지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잔여경기가 7경기인데 그럼 앞으로 이런 사유가 나오면 똑같이 7경기 징계를 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최희섭은 “심판들도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와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미국 심판은 한 번 경고를 준 뒤 다시 항의하면 여지없이 퇴장을 준다. 선수들도 그걸 받아들인다. 그런 성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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