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감흥 지금도 생생해”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은퇴경기는 1989년 8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OB전이었다. 주인공은 1982년 선수 대표로서 프로야구의 성공적 출범과 발전을 다짐하는 선서를 했던 OB 윤동균(사진). 1989년 40세였던 윤동균은 OB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한 시절을 풍미한 좌타자였다. 그로부터 2번째 은퇴경기가 1995년 9월 24일 광주구장에서 OB를 상대로 고별무대를 치른 해태 김성한의 몫이었으니 윤동균은 시대를 한참 앞서간 행운아였는지도 모른다.
4번 지명타자로 은퇴경기에 선발출장한 윤동균은 롯데 선발 김시진에게 1회 3루 땅볼, 3회 3구 삼진으로 철저히 눌렸다. 하지만 4-2로 앞선 6회 무사 1루서 좌중간 2루타로 김형석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OB가 7-3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의 사실상 쐐기타였다. 2루에 선 그는 곧장 대주자로 교체돼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윤동균이 덕아웃으로 퇴장하기까지 시간은 장장 10분이나 걸렸다. 상대팀 롯데 선수들도 모두 기립했고, 2루부터 덕아웃까지는 대선배를 떠나보내는 OB 후배들이 줄지어 섰다. 또 윤동균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2만 관중은 끊임없이 축복의 박수를 보냈다. 3타수 1안타 1타점. 프로 원년부터 그날까지 8년간 594경기에서 통산 타율 0.285, 38홈런, 277타점을 남긴 윤동균의 마지막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OB 감독과 한화 코치를 거쳐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분과 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그날의 함성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 윤 위원장은 16일 “당시 OB 베어스 박용민 사장님이 은퇴경기 아이디어를 내고 성대하게 치러주셨다. 지금도 박 사장님과 OB 구단에 감사할 따름이다”며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또 “그때 내가 좋아하던 노래가 조영남의 ‘제비’였는데 내 요청으로 마지막 안타를 치자 그 노래가 한동안 계속 울려 퍼졌다. 당시 이광환 감독님도 내가 안타를 칠 때까지 기용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주셨다”고 덧붙였다. 그날의 감흥이 여전한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 그는 “양준혁의 은퇴경기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가장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은퇴경기를 치른 것 같다”며 여전히 들뜬 목소리 그대로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