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여자월드컵 정상에 오르며 한국축구 사상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7월 U-20 여자월드컵 3위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다. 이런 저력이라면 2015년 여자월드컵 정상도 헛된 꿈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성과에 안주하면 안 된다. 여자축구 인프라 확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스포츠동아는 2015년 월드컵 정상을 위해 여자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3회에 걸쳐 제시한다.
한국의 여자축구 전체 등록선수는 1450명. U-17여자월드컵 결승 상대였던 일본은 3만6000여명, 7월 U-20여자월드컵 우승국 독일은 100만명이 넘는다.
여자 고교선수 등록선수 만 봐도 한국은 345명인데 비해 일본은 25배인 8000명에 달한다. 이게 바로 한국 여자축구의 현 주소다. 수치로만 따져도 U-17월드컵 우승을 ‘기적’이라 표현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선 초중고 지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심각성은 더 크다. 최근 초등학교 여자 축구부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해체는 자연스레 중·고등학교의 선수수급 부족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들이 졸업하고 가야할 대학교 숫자마저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급’과 ‘진학’ 길이 모두 막혀 버렸다.
A 고교 정원은 세 학년을 통틀어 21명이다. 이 가운데 몇몇이 대표팀에 차출되고 몇몇이 부상을 당하면 엔트리가 모자라 대회 출전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14명 안팎에서 늘 훈련이 이뤄지다보니 효율적인 연습도 어렵다. 이렇게 힘들게 3년을 보내고 나면 앞이 더욱 캄캄해진다.
보통 1년에 6∼8명 정도가 졸업생인데 현재 대학교 숫자(6개)가 고교(16개)의 절반도 안 된다. 이 마저도 한 대학교는 내년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고교 졸업생의 3분의1 이상은 축구를 접고 다른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B 감독은 “해마다 대학 진학 시기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2의 여민지는 없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제2의 지소연, 제2의 여민지 발굴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소연(19·한양여대), 여민지(17·함안대산고)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2002한일월드컵 후 월드컵 잉여금이 여자팀 창단과 초·중·고교 국내대회 출전 지원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학교 축구팀과 유소년 상비군을 오가며 차근차근 기초를 익혔다. 그러나 현재 U-17여자대표팀 아래 세대 선수 층은 얇디얇은 게 현실이다. 지원금이 점차 줄어들어 해체 팀이 생겨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축구를 외면하는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최인철 여자대표팀 감독은 “17세 이하 선수들의 저변이 적어 지소연이나 여민지 급 기량을 갖춘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도자들이 힘들게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