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U-17 한국축구의 소녀들
지난 26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리 여자 주니어소녀들은 일본과 결승전에서 투혼을 발휘하여 전후반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페널티킥에서 5-4로 승리하여 사상 첫 우승으로 한국 축구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이 FIFA주관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경우는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 4위와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 4위, 그리고 얼마 전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대회 3위 등 3개 대회 밖에 없었다.
한국 U-17 여자축구팀이 FIFA월드컵에서 우승함으로써 성인 남녀 팀보다 먼저 세계정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현재 국내 여자축구 등록 팀 수는 65개 팀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18개, 중학교 17개, 고등학교 16개, 대학 6개, 실업 7개, 클럽 1개 팀이다.
이 같이 열악한 축구 저변 속에서도 세계 정상권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물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연령별 상비군 제도인데, 이를 통해 엘리트 선수들을 선발해 키워왔다.
그러나 여자축구 발전의 총체적인 발전 원동력은 무엇보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FIFA 부회장)의 장기적인 투자가 큰 발판이 되었다.
정 전 회장은 1993부터 18년 동안 현대학원 산하 중고교, 대학과 실업여자팀을 창단해 여자축구 육성과 활성화 등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조중연 전무(현 회장), 최추경 전 여자대표 및 대교감독(작고), 남광우 전 협회사무총장(작고), 배종신 전 문체부 차관 등이 여자축구 행정과 정책 결정을 펼친 결과다.
예를 들면 월드컵 잉여금으로 여자축구 창단팀에 5000만원씩 지원하고 국내 여자축구팀에게는 대회 출전비를 지원하는 등 발전을 꾀했다.
그리고 이의수 회장(전 여자축구협회 회장)은 한중일 여자축구 교류전을 만들어 경기력을 향상 꾀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오늘날 열악한 환경의 여자축구팀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W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6개 팀들은 성인 여자축구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고양 대교 여자축구단의 강영중 대교그룹회장은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국내 초등학교 여자축구팀의 선수들을 위해 학습지 배포와 주1회 학습지 교사를 파견하여 영어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키고 있다.
대교선수단은 오전 훈련 후 선수들의 영어 및 예절교육 그리고 자기개발을 위해서 학원등록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는 분명 축구발전뿐 아니라 진정한 여자축구선수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선 현장에선 변변한 지원 없이 여자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자축구 지도자들의 노고가 오늘의 결실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특히 열악한 환경의 여자초등학교에서 감독이나 코치하는 분들의 희생적인 자세와 노력 없이는 세계 정상이라는 결실을 상상할 수 없다. 그 밖에 오늘이 있기까지 뒤에서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께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