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스포츠동아DB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앞둔 29일 잠실구장의 최대 이슈는 롯데 선발 송승준의 몸 상태였다. 이틀 전인 27일,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1차전 선발 통보를 받은 그는 고열을 동반한 편도선염으로 심하게 앓았고, 병원 신세까지 졌다. 28일 미디어데이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이를 알면서도 그를 예정대로 1차전 선발로 예고했고, 송승준은 결국 스케줄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송승준 컨디션에 관심 기울인 두산
김경문 감독은 게임 전 송승준 상태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며 “우리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님은 역시 마음도 넓으시다”고 했다. 통상 큰 경기를 앞두고 선발 투수가 탈이 나면, 이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했을 것이란 말.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투였다. “괜히 헷갈리게 됐다”며 김 감독은 “만약 너무 몸이 안 좋아 던지지 못할 정도라면 교체 방법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로이스터 감독은 “솔직히 어떻게 던져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특별히 송승준의 몸 상태를 고려해 일부러 다른 투수들을 빨리 대비시키거나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의 몸상태를 특별한 변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송승준이 일찌감치 무너지면 대신 투입할 투수들은 준비가 돼 있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다른 감독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상황 판단의 척도는 무엇보다 송승준의 컨디션에 달려있었겠지만, 적어도 고민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아니었다.
○트레이너의 설명
롯데 이진오 트레이너는 “편도선이 다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워밍업 후 열이 오를 수 있어 상황을 보고 있다”며 “하루 이틀 아픈 게 아니다. 감기몸살로 고생하다가 편도선이 부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병원처방전 약을 먹으면 금세 나을 수 있는데 선수들은 다르다”고 했다. “항생제는 상관없는데 처방전에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있었다. 부신피질 호르몬제는 감기를 금세 낫게 하는데 금지약물이라 그것만 빼고 처방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악 상태에서 마운드 오른 송승준
그라운드에서 나가 몸을 풀기 전, 송승준은 3루측 덕아웃 내 선수대기실에서 겨울점퍼에 몸을 푹 숨기듯 파묻혀 있었다. 말 붙이기가 힘들 정도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응급실에 누워 있는데 화장실에 갈 힘 조차 없어 고생했다”는 그는 “평생 감기 한번 제대로 걸리지 않았는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루 전 전화 통화에서 “게임을 앞둔 각오는 노코멘트로 하겠다. 경기가 끝난 뒤 성적으로 말하겠다”는 다짐은 그대로였다. 힘겨운 상황서 마운드에 오른 그의 투혼은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불펜에 대한 불안감 탓인지 롯데 벤치가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는 의구심 속에 그는 결국 5.1이닝 5실점을 마크했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