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 투자 뿐만 아니라 양질의 게임 개발까지
최근 한국 게임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 대형 거래가 있었다. 중국에서 70만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는 등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드래곤네스트를 개발한 아이덴티티게임즈가 중국 샨다에 9500만 달러의 금액으로 인수된 것.드래곤네스트가 서비스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탓에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넥슨이나 일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NHN 등 많은 회사들이 적극적인 구애를 했으나 중국 샨다가 머니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인수 금액인 9500만 달러는 지난 2004년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할 때 지불한 9165만 달러를 능가하는 규모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는 한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전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는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이제는 눈앞에 닥친 칼날이나 다름없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까지 '짝퉁 게임을 만드는 곳'이지만 IT매출 컨설팅업체인 스타라베이스가 작성한 작년 매출 기준 글로벌 TOP10에는 한국 게임이 3개고 중국 게임이 5개이다.
사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이덴티티게임즈나 액토즈소프트 외에도 중국 자본의 국내 시장 유입은 굉장히 많은 편이다. 샨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 역시 아바로 잘 알려진 레드덕, 더데이를 개발 중인 리로디드 스튜디오, 탑픽, 넥스트플레이, 스튜디오혼 등 많은 개발사에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로 매월 3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중국 게임 업계 1위로 올라선 텐센트는 샨다처럼 공격적인 인수는 하지 않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개발사에 자금을 대고 대신 중국에 서비스 판권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본력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 역시 무시못할 수준이다. 완미시공의 완미세계가 성공을 거둔 이후로 주선, 천존협객전, 심선, 무림외전, 적벽, 일검향, 황제온라인 등 많은 게임이 국내에 소개됐으며,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진 온라인, 구음진경, 불멸온라인, 루비니아 온라인, 신병전기 등 다양한 게임이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 국내 게임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웹게임 분야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칠용전설, 열혈삼국, 무림제국, 무림영웅, 미스터CEO 등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선두 그룹이 대부분 중국산 게임이며, 로스트, 중원천하, 배틀히어로 등 신규 게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동안 안방은 중국에게 야금야금 먹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아이러닉하게도 게임성 때문이다. 그래픽이나 시스템 측면에서는 아직 국산 게임의 퀄리티가 우위에 있으나 중국 게임은 방대한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산 게임의 경우 아직 콘텐츠가 충분히 보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진행한 후 콘텐츠를 보강해나가는 방식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반해 중국 게임은 이미 상용화 돼 게임성 검증과 콘텐츠 보강이 충실히 이뤄진 인기작들만 국내에 소개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일검향이 오픈 당시 포털 검색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 사전 공개 서비스를 진행한 진 온라인도 동시접속자 2만명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중국에서 인기리에 서비스됐던 게임이다.
물론 중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탓에 국내에서 발생된 문제들이 바로바로 수정되지 못하는 사태가 간혹 발생해 게이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긴 하다. 하지만 국내 게임보다 심각하게 느리다고 할 정도는 아니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짝퉁 게임이라고 부르며 중국 게임의 게임성을 인정하지 않던 게이머들이 이제는 서비스의 질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만큼 중국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해외 게임쇼에서도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중국 신작 게임에 대한 정보를 차이나조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세계 3대 게임쇼라는 E3와 도쿄게임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해외 게임쇼를 활용했던 것을 중국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게임들이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아직까지는 온라인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상 전세계적인 매출 규모로는 중국 게임 시장이 한국을 넘어선지 오래됐다"며 "인력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게임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퀄리티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남규 게임동아 기자 (rain@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