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로이스터 감독(왼쪽)-두산 김경문 감독.스포츠동아DB
기존 ‘믿음의 야구’에 세밀함 더해
지난 2년 PS 교훈…신바람 2연승
롯데가 적지인 잠실에서 1·2차전을 연거푸 잡아냈다. 결과가 이렇듯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과거와는 상이한 양팀의 스타일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의 승부방식이 그렇고, 두산은 전혀 두산답지 않은 플레이가 그랬다.
○로이스터가 변했다!
롯데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로이스터 감독의 단기전 승부방식이다. 큰 줄기에서 보면 여전히 특유의 ‘믿고 기다리는 야구’, ‘선 굵은 야구’가 자리잡고 있지만 좀 더 파고 들어가보면 지난 2년과는 달리 확실히 ‘디테일 야구’가 가미된 느낌이다.
공격쪽을 들여다보면 잦은 작전이 눈에 띈다. 특히 ‘스몰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희생번트만 봐도 알 수 있다. 롯데는 2008년과 2009년 준플레이오프(준PO) 7경기를 치르면서 희생번트가 총 2개밖에 없었다. 그것도 지난해 1·2차전에서 1개씩 기록한 것이 전부. 2008년 삼성과의 준PO 3경기에선 아예 없었다. 번트라고 해봤자 3차전 6회 2사 후 김주찬의 기습번트 아웃 1개였다. 희생번트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8년을 보면 초반에 대량실점한 1차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2차전에선 2·3회 선두타자가 나섰지만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3차전에서도 3·4·5·7회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강공 일변도였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진 2차전에선 결국 3-4로 패했고, 3차전에선 4-2 리드를 잡고도 7·8회 2점씩을 내주며 허망하게 4-6으로 패했다.
마운드 운영에도 변화가 있다.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뚝심은 변함이 없지만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마무리 이전까지 불펜을 짧게 잘라 쓰는 방식은 2년 전과 사뭇 다르다. 올해는‘아니다’는 판단이 들면 한 박자 빨리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3차전 선발 발표도 의외다. 로이스터 감독은 정규시즌 끝자락에 3차전 선발 장원준, 4차전 선발 이재곤을 공표했다. 예전대로라면 그대로 밀어붙였겠지만 2연승 상황과 최근 컨디션 등을 고려해 3차전에 하루 앞서 이재곤을 예고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나는 변한 게 없다”고 말하지만 야구인들은 물론 롯데 내부에서도 달라진 로이스터 감독의 임기응변을 점점 느끼고 있다. 지난 2년간의 뼈아픈 패배를 통해 단기전 승부방식에서 변화를 택하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이다.
선발라인업 2년간 큰 변화 없는데
주루미스·실책에 중심타선 침묵도
‘짜임새 야구’실종…“아! 안풀리네”
○두산이 변했다!
두산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준PO 2경기의 결과도 예상 밖이지만 내용면에서도 ‘과연 지금까지 봐온 두산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선발 라인업을 보면 최근 2년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지만 내용적으로 여러 면에서 ‘강한 두산’, ‘짜임새의 두산’이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장면이 자주 나왔다.
우선 두산은 공수주에서 기본기가 탄탄한 팀이다. 또한 이른바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단순히 치고 달리는 야구가 아니라 고급야구를 펼치면서 승부처에 강했다. 그러나 1·2차전을 보면 공수주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
수비를 보면 1차전 9회초 투수 임태훈이 번트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2차전 4회 무사 1·2루서 수비의 핵인 손시헌이 이대호의 타구를 더듬으면서 만루 찬스를 넘겨준 것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 기록되지 않은 수비 미숙도 자주 나왔다. 1차전 김동주가 2차례나 내야땅볼을 안타로 만들어줬고, 5-4로 앞선 7회에는 느슨한 런다운 플레이로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1차전 3회말 1사 1·3루서 고영민의 3루땅볼 때 당연히 홈으로 달려야 했으나 2루쪽으로 송구된 것을 확인하고 뒤늦게 홈을 파고들다 아웃된 장면은 두산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불펜도 시원찮다. 마무리투수 이용찬의 공백을 실감하고 있다. 수비와 주루, 불펜만큼은 롯데에 앞선다는 평가였지만 모두 뒤지고 있다.
롯데 못지않은 화력의 방망이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심인 김현수와 최준석은 각각 8타수 무안타로 허덕이고 있다. 김동주 역시 2차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경문 감독이 키플레이어로 꼽은 고영민은 결정적 찬스에서 힘없이 물러나고 있다. 이들 중 한명만 제대로 터졌어도 두산은 1·2차전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었다. 오히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산이 롯데보다 쫓기고, 우왕좌왕하는 느낌이다. 패기도 없어 보인다.
두산이 3차전 이후 반격에 나서기 위해서는 ‘두산다운 두산’의 모습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두산이 2차전까지 싸운 상대는 롯데가 아니라 어쩌면 두산 자체였는지 모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