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이대호는 비장한 표정으로 “끝나고 웃겠다”고 했다. 핵심 불펜 김사율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9회말 2사 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내 손으로 잡는 상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했지만, 5차전을 앞둔 두 사람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어디 둘 뿐이랴. 롯데 선수단의 마음은 똑 같았다. 그러나 첫 2연승의 기분 좋은 기억은 되레 3연패의 아픔으로 끝이 났다. 승부의 세계는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로 나뉠 수밖에 없는 법. 그러나 롯데 선수단에게 이번 패배는 또다른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찾았던 2008년 가을잔치부터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좌절을 맛봤기에 롯데 선수단에게 이번 시리즈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주장 조성환은 1차전을 앞두고 선수단 미팅 때 “왜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 마음껏 보여주자”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3차전부터 꼬인 패는 풀리지 않았고, 결국 상처만 남은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반깁스를 할 정도로 심각했던 발목 부상 속에서도 절뚝이며 2차전 결승 홈런을 때렸던 이대호의 의지도, 40도에 가까운 고열에 편도선이 부어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서도 1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송승준의 피나는 투혼도…. 비록 졌지만, 롯데 선수단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비난이 아니라 위로의 박수가 필요하다.
5차전이 결국 패배로 끝난 뒤, 덕아웃을 빠져 나가는 롯데 선수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평소 “졌다고 고개 숙이지 말라. 언제나 당당하라”고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 롯데 선수단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을 위해서라도 5차전 승리를 바랐던 롯데 선수들의 간절한 염원은 허망한 꿈이 되고 말았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