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학원축구, 인권 사각지대 부터 점검하라”

입력 2010-10-1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학생인권조례에 바란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최근 공포됐다.

아직은 경기도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소위 진보교육감이 있는 시도의 경우 앞으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체벌이 금지되고 휴대폰 소지, 두발 및 복장 자율화 등 거의 모든 규제에 빗장이 풀렸다.

고교생 아들을 둔 필자와 같은 학부모 입장에선 사실 복잡한 심정이다. 그건 선생님의 회초리에 맞고 자라온 세대이면서도 그 해악 보다는 어느 정도의 체벌이나 규율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우리 때와 같은 무지막지한 체벌이야 있겠느냐는 믿음도 있다.

지금의 40∼50대 학부모들은 기억할 것이다.

청소용 대걸레 자루로 허벅지와 엉덩이를 수 십대씩 얻어맞고 시퍼렇게 멍이 들어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순간들을. 운동부 학생들의 경우 체벌 수단은 대걸레 자루가 아니고 야구방망이, 쇠파이프, 하키 스틱 같은 무시무시한 것들이었다고 한다. 특히 하키 스틱은 맞으면 ‘살점이 튄다’고 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영표 역시 비슷한 얘기를 사석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올림픽대표로 발탁돼 한창 주가가 오르던 시절, 터키리그서 이적제의가 왔고, 고민 후에 그 제의를 거부한 뒤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시궁창에서 뒹굴며 발로 얼굴을 짓이기는 일까지 당했다는데 그 이유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사실 학생인권조례라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환영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당장 복장 자율화가 이뤄지면 가난한 아이들은 의복에서 가난이 묻어날까봐 고민일테고, 우리 아이처럼 교복이 편하다는 축도 있다. 교사들이 생활지도 수위를 어떻게 정해야할지도 큰 고민이란다. 학교 질서와 기강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교원단체의 지적도 충분히 공감한다.

학생인권조례가 너무 진보적이라는 걱정은 있지만 한편으론 학원축구에 미칠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해본다.

조례가 공포된 비슷한 시기에 초등학교 축구선수가 코치에게 맞아 두개골 골절로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경우는 학생이 사망했기에 심각성이 부각됐을 뿐 아직도 학원축구는 폭력이 만연돼 있다고 봐야 한다.

축구를 한창 즐겨야할 초등학교 아이들이 경기에 진 뒤 운동장 구석에서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경기 도중 선수의 뺨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하는 외국인 친구를 대하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던 필자는 학생인권조례의 성급한 공포보다는 학원축구 같은 인권의 사각지대부터 점검하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 든다.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