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철벽수비, 사자 이빨도 안먹혔다

입력 2010-10-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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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수비 (Defence)
2루수 정근우, 신통방통 더블플레이
삼성 공격 맥 끊는 ‘수비시프트’ 까지
SK, KS 3차전 동안 실책 한개도 없어
야구규칙 1.02에는 ‘각 팀의 목적은 상대팀보다 더 많이 득점하며 승리하는 데 있다’고 기술돼 있다. 즉, 야구는 상대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놓고 보면 야구는 상대팀보다 더 적게 실점해도 이긴다는 뜻이다. 야구는 9회까지 1차례씩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펼치는 게임이다. 9차례의 공격 때 어떻게 득점하는가도 중요하지만, 9차례의 수비에서 어떻게 실점을 최소화하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수비부터 안정돼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SK가 삼성을 상대로 한국시리즈에서 3연승을 거두는 과정을 놓고 보면 강한 마운드와 적시에 만들어내는 타선의 득점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수비를 빼놓을 수 없다.

3차전에서도 튼튼한 수비가 작동하면서 경기 내내 삼성의 공격을 차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SK 2루수 정근우(사진)는 2차례의 더블플레이를 이끌어낸 데 이어 7회말에는 2루 쪽으로 흐르는 조영훈의 깊숙한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 여유있게 처리했다.

SK는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수비에서 단 1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데이터에 의존한 야수들의 기막힌 시프트도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는데 일조했다. 2차전 3회초 선두타자 박한이의 완벽한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SK 중견수 김강민이 길목을 차단하고 기다리면서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박한이는 이를 두고 “치는 순간 ‘됐다’ 싶었는데 김강민이 가만히 서서 잡는 걸 보고 야구장이 돌아갔나 싶어 한 번 더 쳐다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포스트시즌을 치른 4팀을 보면 수비력에서 사실상 운명이 갈라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롯데보다는 두산의 수비가 나았고, 두산보다는 삼성의 수비가 탄탄했다. 그런데 삼성보다 SK의 수비는 한 수 더 위다. 때로는 상대 수비에서 구멍이 나야 쉽게 득점할 수도 있는데,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주는 SK의 수비는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비인간적’일 정도로 실수가 없다. 이빨이 들어가야 깨물 수 있는데, SK의 수비벽은 사자의 이빨이 들어갈 틈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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