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평소 본 리뷰어가 들고 다니는 지갑이다. 원래 블링블링한 소품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지갑만큼은 보는 순간 눈에 확 들어왔다. 베이스 블랙 컬러에 포인트로 핫핑크가 사용됐고, 반짝이는 에나멜 재질이라니! 색상과 소재의 조합이 마음에 들어 거의 충동구매 수준으로 집어 들었다. 노트북 리뷰인 줄 알고 클릭했는데 왜 지갑 타령이냐고? 그건 다음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오는가? 그렇다. ‘취향’이다. 직업상 지금까지 꽤 많은 노트북을 만져봤지만, 소니 바이오(VAIO) VPCEA36FK/P(이하 EA36)처럼 디자인만 보고 확 끌린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디자인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터, 아무래도 이 제품에 대해서는 취향을 빼놓고는 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강요하거나 타인의 취향을 부정할 생각은 없으니, 본문에 대해서도 ‘취향 존중의 자세’로 읽어주길 살짜쿵 기대해보며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겠다. 아, 물론 디자인처럼 취향에 좌우되는 요소가 아니라 사양, 성능 등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 시선을 유지할 것임을 미리 밝힌다.
눈부신 외관과 알찬 구성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는 블랙, 화이트, 아니면 실버 컬러로 먼저 출시된다. 왜냐하면 이 색상들이 무난, 다시 말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이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건 당연지사. 일부에서 열렬히 환호한다고 하더라도 일부에서는 싫어할 색상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해당 제품군이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아 타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디자인을 달리하든 색상을 달리하든 간에 타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이는 휴대폰의 경우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근 10년 사이, 휴대폰의 디자인과 색상이 무척 다양해졌다는 걸 다들 알지 않는가). 바이오 EA36 역시 그러한 시점에 출시된 제품. 참고로, 본 리뷰에서 다루는 핑크 색상 이외에도 블루, 화이트, 블랙 버전이 존재한다(잡을 수만 있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게 제조사 마음이다).
바이오 EA36의 주 재질은 플라스틱이고, 상판과 팜레스트(키보드 아래의 손목이 올리는 부분)에는 하이그로시로 처리되어 있어 매우 반짝반짝 반들반들해 보인다. 사실 이 하이그로시 재질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어 여타 노트북에서도 많이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지문이 엄청 잘 묻기 때문에 사용하다 보면 금방 지저분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하이그로시 재질의 검은색 노트북은 유독 심했다.
그러나 바이오 EA36은 아무리 사용해도 지문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지문이 묻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색상 덕분인지 아니면 전면에 깔린 은은한 도트 무늬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용하는 데 지문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또한 크기가 커서 외부에는 잘 안 들고 다녔지만 사무실 책상과 회의실을 오가면서 자주 썼는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생활 흠집도 잘 안 생기는 듯했다. 혹시 또 모른다. 잔뜩 생겼는데 눈에 잘 안 보이는 것뿐일지도?? 같은 바이오 EA36이라도 검은색 모델에서는 좀 다를지 모르겠다.
아무튼 상판을 덮어둔 상태에서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바이오 EA36이지만, 상판을 열면 조금은 조신해진다. 이는 팜레스트 부분을 제외한 디스플레이 영역의 테두리, 키보드 상단과 키보드 영역이 모두 무광택 재질로 되어 있기 때문. 만약 안쪽까지 모두 하이그로시 처리되어 있었다면, 강렬한 색상과 광택으로 반사되는 빛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무광으로 처리된 부분은 모두 제품을 을 사용할 때 시선이 닿기 쉬운 영역으로, 사소한 부분까지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디자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오 EA36은 외관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속도 꽉 차있다. 이는 측면에 달린 포트 구성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좌측면에는 전원, 최대 1,000Mbps의 유선랜(RJ-45), D-Sub 포트(15핀), HDMI, e-SATA 겸용 USB 포트, 그리고 익스프레스 카드 슬롯이 배치되어 있으며, 앞쪽에는 메모리카드 듀오 슬롯과 SD 메모리 카드 슬롯, 그리고 무선랜(802.11 b/g/n) ON/OFF 스위치, 헤드셋/마이크 단자가 달려 있다.
타 슬롯에 비해 크기가 크고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익스프레스 카드 슬롯에는 커버를 마련하여,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먼지가 잘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또한 HDMI 단자도 달려 있어 하드디스크에 담긴 동영상이나 이미지 파일을 HD TV에서 보기에도 편리하다(HDMI 단자는 어느 정도 사양이 받쳐주는 노트북에서는 이제 필수 단자로 자리잡은 듯).
우측면에는 최대 8배속의 DVD 읽기/쓰기를 지원하는 DVD 슈퍼 멀티 드라이브가 달려 있고, 그 옆에는 3개의 USB 2.0 포트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마우스, USB 메모리를 연결해도 하나가 남는 셈. 요즘은 워낙 별의별 게 다 USB로 연결하는 세상이니만큼, USB 단자를 넉넉하게 마련해두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키보드는 소니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아이솔레이트’ 타입으로, 각각의 키가 독립되어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누를 때의 키감이 좀 가볍게 느껴졌지만 각 키의 크기와 전체 넓이가 일반적인 키보드와 비슷하여 타이핑을 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았다. 단, 된소리를 표기할 때 필수로 사용되는 오른쪽 시프트 키가 약간 작은 편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바이오 EA36은 왼쪽 시프트 키가 오른쪽 시프트 키보다 더 큰데, 양쪽을 바꾸거나 왼쪽 시프트 키의 크기를 살짝 줄이고 오른쪽 시프트 키를 키웠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오타가 마구 발생할 정도로 작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 아닌가.
키보드 영역 상단에는 ASSIST, WEB, VAIO라는 세 개의 버튼이 달려 있는데, ASSIST는 바이오 EA36의 상태를 알아서 진단,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VAIO Care 프로그램 실행 버튼이고, WEB은 윈도우를 부팅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웹서핑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Quick Web Access 프로그램 실행 버튼(윈도우 사용 상태에서는 익스플로러 실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VAIO는 하드디스크에 있는 사진, 비디오, 음악 파일을 알아서 생성, 공유, 정리해주는 Media Gallery 프로그램 실행 버튼이다. 솔직히 테스트하는 기간 동안에는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바이오 EA36을 구매해서 장기간 사용하게 된다면 ASSIST와 WEB 버튼만큼은 꽤 유용할 듯하다.
바이오 EA36은 14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제품으로 당연히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간다. 직접 재어보니 본체+배터리의 무게가 2.27kg, 본체+배터리+어댑터의 무게가 2.62kg으로 측정되었다. 최근 출시되는 ODD 달린 14인치 노트북들과 비슷한 무게로, 못 들고 다닐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항상 들고 다니면서 타인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잠깐 동안은 ‘별로 안 무거운데?’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1시간 이상 계속 들고 다녀보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밖에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 노트북을 원한다면 더 작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노트북을 찾아보는 것이 좋으며, 한 장소에서 사용할 거긴 한데 그래도 가끔은 들고 나갈 일이 있다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한 것이 바이오 EA36과 같은 14인치급 노트북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PC 작업은 대부분 OK!
집에서 PC를 사용할 때 주로 어떤 것들을 하는가? 인터넷 서핑, 뱅킹은 기본. 문서를 작성이나 이미지 편집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온라인 게임을 즐기거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PC를 가지고 하는 작업은 이 정도. 이런 작업들은 바이오 EA36에서도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다.
테스트 1 - 다중 인터넷 서핑
인텔 코어 i5 M 560, 4GB DDR3 메모리. 이 두 가지 요소만 놓고 봐도 인터넷하면서 불편을 느낄 사양은 절대 아니다(인터넷 회선 자체가 엄청 느리지 않다면). 일반적으로 인터넷 서핑 시 CPU에 부하가 걸리게 하는 요인은 플래시 효과들이므로, 플래시 배너로 도배가 되어 있는 대형 쇼핑몰 홈페이지를 새로운 창으로 하여 계속 열어봤다. 약 10여 개의 창을 동시에 열었을 때에도 멈칫거림 없이 작업이 가능했으며 CPU 점유율은 30~50% 수준을 나타내었다. 이 정도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사실 넷북이 아닌 이상 인터넷 서핑이 잘 안 될 정도의 노트북은 찾기 어렵지만…).
테스트 2 - 고해상도 동영상 재생
HDMI 단자가 달린 노트북은 대부분 1,080p급 고화질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영상이 돌아가지도 않는데 HD TV에 연결해서 보라고 할 리는 없지 않은가. 포인트는 ‘얼마나 잘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고화질 영상은 전체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끊김 없이 재생되기만 한다면 HDMI 단자가 달릴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성능에 여유가 있다면 1,080p급 영상을 재생하면서 파일 다운로드라든가 동영상 인코딩 등의 다른 작업을 겸할 수 있다.
바이오 EA36에서 약 8GB짜리 1,080p mkv 파일을 재생해보니 CPU 점유율은 약 10~2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동시에 다른 작업을 진행해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어, 다음 팟인코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5개의 영상 파일을 mp4 형식으로 인코딩하면서 다시 1,080p 영상을 재생해보니 여전히 멈추거나 끊어지는 일 없이 부드럽게 재생되었다. 참고로, 동시 작업 시의 CPU 점유율은 70~80% 선이었다.
테스트 3 - 고사양 게임 플레이
바이오 EA36에는 ATi 모빌리티 라데온 HD5650 그래픽 칩이 탑재되어 있다. 이 정도면 ‘풀 옵션을 바라지 않는 한’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은 대부분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표적인 고사양 온라인 게임인 아이온으로 테스트해 본 결과, 일반적인 필드에서 싱글 플레이 시 기본적으로 30~50프레임, 잘 나올 때는 90프레임 가까이로 나타나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그래픽 옵션은 자동 설정).
물론 대도시와 같이 많은 사용자가 한 장소에 몰려 있는 상황이나 대규모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프레임이 떨어질 것임은 기억해두자.
온라인 게임보다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패키지 게임은 어떨까 궁금해져서, 스트리트 파이터 4 벤치마크 프로그램도 살짝 돌려보았다. 기본 설정에 프레임 표시 기능만 켜고 실행해본 결과, 평균 75프레임을 나타내며 A등급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평가 화면에서의 설명에 따르면, 매우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더 높은 옵션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노트북도 취향대로 고르자
2010년 10월 현재, 바이오 EA36의 가격은 약 130만 원대. 비슷한 사양의 타사 노트북에 비하면 한 10만~20만 원가량 비싼 편이다. 하지만 무릇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 바이오 EA36처럼 눈에 확 띄는 노트북은 흔치 않다.
취향이라면 군말 없이 주머니를 열어 예를 표하면 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바이오 EA36이 알찬 구성과 빵빵한 성능을 지닌 14인치급 노트북이라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글 / IT동아 박민영(biaret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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