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심리 정확히 파악”…역시 ‘여우’

입력 2010-10-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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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해 정규리그와 FA컵 준우승에 이어 올해 정규리그 3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한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데뷔 첫해 정규리그와 FA컵 준우승에 이어 올해 정규리그 3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한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신태용 감독이 직접 말하는 ‘신태용 축구의 비밀’

데뷔 첫 해 정규리그·FA컵 준우승
이번엔 AFC 결승진출 단숨에 일궈

“신세대들 무조건 막으면 튕겨 나가
자유 줄때 주고 요구사항은 확실히
용병에겐 마음, 코치에겐 권한 선물”


성남 일화가 20일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을 누르고 2010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자 탄천종합운동장에 모인 축구인들의 관심은 “신태용 축구의 비결이 과연 무엇인가”에 집중됐다.

데뷔 첫 해인 작년 정규리그와 FA컵 준우승, 올해 현재 정규리그 3위에 이어 챔스리그 결승행. 이 정도면 “신태용 감독에게 뭐가 있긴 있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운이 좋다’ ‘외국인 선수 덕이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성적이다.

신태용(40) 축구의 비밀을 본인에게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21일 U-리그 왕중왕전을 보기 위해 용인축구센터를 찾은 신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하는 1시간 동안 그의 휴대폰은 축하전화에 쉴 새 없이 울렸다.


● 선수들 심리파악



어린 시절부터 신 감독과 절친한 사이인 용인시청 정광석 감독은 “상대선수 장점을 봉쇄하고 우리선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지도자의 기본인데 신 감독은 그 방면에 탁월하다”고 평했다.

신 감독은 특히 선수들 심리파악에 능하다.

“선수들이 뭘 원하고 뭘 생각하는 지를 정확하게 알죠. 제가 작년에 라커룸에서 2∼3번 정도 크게 화를 냈거든요. 다 계산된 거죠. 1년 동안 40명의 선수들을 관찰하며 언제 칭찬해주고 언제 꾸짖어야하는 지 그 타이밍을 늘 봅니다.”

그는 “예전 선수들이 고스톱이라면 지금 선수들은 PC방이다”고 비교했다. 과거처럼 대하면 신세대 선수들은 튕겨 나간다. 무작정 막기보다 현실 가능한 대안을 찾는다.

“야간경기 당일 낮은 자유에요. 당구장을 가든 PC방을 가든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꼭 말하죠. 절대 2시간은 넘기지 마라.”

잘 지켜주면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너희끼리 당구치는 것보다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대화 나누는 게 더 의미 있지 않겠니?”

신 감독은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보장해주니 위기 때는 스스로 대처하고 내 요구사항을 군말 없이 들어 주더라”고 말했다.


● 외국인 선수 관리

성남에서 외국인 삼총사 몰리나(콜롬비아), 라돈치치(몬테네그로), 사샤(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신 감독도 인정했다.

“맞습니다.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죠.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 역시 감독의 몫 아닌가요?”

그가 자신하는 이유가 있다. 외국인 3인방은 입버릇처럼 “감독님이 다른 팀으로 보내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 성남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물론 법적 효력도 없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만큼 끈끈하다는 방증이다.

가장 다루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라돈치치에 대해 신 감독은 “단순히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하면 딱 그만큼의 관계 밖에 안 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여니 라돈치치도 서서히 변했다”고 말했다.

4강 2차전에서 불필요한 행동으로 경고를 받아 결승에 나설 수 없는 라돈치치는 경기 후 신 감독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그리고는 늦은 시간 신 감독 집에 찾아와 눈물을 펑펑 흘렸다.


● 코치들의 조언

신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워낙 영리해 ‘여우’로 불렸다. 그는 “체격을 봐라. 머리라도 안 좋으면 어떻게 살아남았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비디오 분석을 딱 한 차례만 한다. “한 번 봤을 때 느낀 상대의 장단점이 가장 정확해요. 뭐랄까 그 방면에서는 저의 영감을 믿어요.”

코치들의 살아 있는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 신 감독이 성남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먼저 바꾼 게 바로 코치들의 사생활 보장이었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코치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감독의 보좌 역할인 게 현실. 그러나 신 감독은 ‘코치는 감독의 신하가 아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훈련시간 외에는 코치들과 별로 마주칠 일도 없다.

“공격은 김도훈 코치, 수비는 이영진 코치에게 많은 권한을 주죠. 물론 코치들도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죠.”

용인|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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