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해 정규리그와 FA컵 준우승에 이어 올해 정규리그 3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한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데뷔 첫 해 정규리그·FA컵 준우승
이번엔 AFC 결승진출 단숨에 일궈
“신세대들 무조건 막으면 튕겨 나가
자유 줄때 주고 요구사항은 확실히
용병에겐 마음, 코치에겐 권한 선물”
성남 일화가 20일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을 누르고 2010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자 탄천종합운동장에 모인 축구인들의 관심은 “신태용 축구의 비결이 과연 무엇인가”에 집중됐다.
데뷔 첫 해인 작년 정규리그와 FA컵 준우승, 올해 현재 정규리그 3위에 이어 챔스리그 결승행. 이 정도면 “신태용 감독에게 뭐가 있긴 있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운이 좋다’ ‘외국인 선수 덕이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성적이다.
신태용(40) 축구의 비밀을 본인에게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21일 U-리그 왕중왕전을 보기 위해 용인축구센터를 찾은 신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하는 1시간 동안 그의 휴대폰은 축하전화에 쉴 새 없이 울렸다.
● 선수들 심리파악
어린 시절부터 신 감독과 절친한 사이인 용인시청 정광석 감독은 “상대선수 장점을 봉쇄하고 우리선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지도자의 기본인데 신 감독은 그 방면에 탁월하다”고 평했다.
신 감독은 특히 선수들 심리파악에 능하다.
“선수들이 뭘 원하고 뭘 생각하는 지를 정확하게 알죠. 제가 작년에 라커룸에서 2∼3번 정도 크게 화를 냈거든요. 다 계산된 거죠. 1년 동안 40명의 선수들을 관찰하며 언제 칭찬해주고 언제 꾸짖어야하는 지 그 타이밍을 늘 봅니다.”
그는 “예전 선수들이 고스톱이라면 지금 선수들은 PC방이다”고 비교했다. 과거처럼 대하면 신세대 선수들은 튕겨 나간다. 무작정 막기보다 현실 가능한 대안을 찾는다.
“야간경기 당일 낮은 자유에요. 당구장을 가든 PC방을 가든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꼭 말하죠. 절대 2시간은 넘기지 마라.”
잘 지켜주면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너희끼리 당구치는 것보다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대화 나누는 게 더 의미 있지 않겠니?”
신 감독은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보장해주니 위기 때는 스스로 대처하고 내 요구사항을 군말 없이 들어 주더라”고 말했다.
● 외국인 선수 관리
성남에서 외국인 삼총사 몰리나(콜롬비아), 라돈치치(몬테네그로), 사샤(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신 감독도 인정했다.
“맞습니다.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죠.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 역시 감독의 몫 아닌가요?”
그가 자신하는 이유가 있다. 외국인 3인방은 입버릇처럼 “감독님이 다른 팀으로 보내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 성남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물론 법적 효력도 없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만큼 끈끈하다는 방증이다.
가장 다루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라돈치치에 대해 신 감독은 “단순히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하면 딱 그만큼의 관계 밖에 안 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여니 라돈치치도 서서히 변했다”고 말했다.
4강 2차전에서 불필요한 행동으로 경고를 받아 결승에 나설 수 없는 라돈치치는 경기 후 신 감독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그리고는 늦은 시간 신 감독 집에 찾아와 눈물을 펑펑 흘렸다.
● 코치들의 조언
신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워낙 영리해 ‘여우’로 불렸다. 그는 “체격을 봐라. 머리라도 안 좋으면 어떻게 살아남았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비디오 분석을 딱 한 차례만 한다. “한 번 봤을 때 느낀 상대의 장단점이 가장 정확해요. 뭐랄까 그 방면에서는 저의 영감을 믿어요.”
코치들의 살아 있는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 신 감독이 성남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먼저 바꾼 게 바로 코치들의 사생활 보장이었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코치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감독의 보좌 역할인 게 현실. 그러나 신 감독은 ‘코치는 감독의 신하가 아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훈련시간 외에는 코치들과 별로 마주칠 일도 없다.
“공격은 김도훈 코치, 수비는 이영진 코치에게 많은 권한을 주죠. 물론 코치들도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죠.”
용인|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