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란 ‘MPEG-1 Audio Layer III’의 약자로서, 본래는 동영상 규격인 MPEG-1(Moving Picture Experts Group-1)의 음성 부분에 해당하던 것이었다. MP3 규격은 1987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데이터의 용량에 비해서 음질이 우수하여 1990년대 중반부터 PC용 오디오 파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PC용 오디오 파일로만 사용되던 MP3를 휴대용 기기에 적용한 ‘MP3 플레이어’는 1998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개발사는 한국의 새한정보통신이었다. 최초의 MP3 플레이어인 ‘새한 엠피맨 F10’은 16MB의 메모리를 갖추고 있어 불과 5곡 정도 밖에 담을 수 없었고, 기능이나 편의성도 지금의 MP3 플레이어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CD나 카세트테이프 없이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MP3 플레이어 종주국’의 흥망
이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이른바 ‘벤처 기업 붐’과 맞물려 한국에서는 수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MP3 플레이어가 출시되었고, 해외 진출도 활발하여 레인콤(2009년 이후의 회사명은 ‘주식회사 아이리버’)의 ‘아이리버 프리즘(iFP-100)’, 거원시스템(2005년 이후의 회사명은 ‘코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 G3’ 등은 북미, 일본, 유럽 등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일부 제조사들은 차별화를 위해 제품의 사용자들이 거의 쓰지 않는 많은 기능을 집어넣어 제품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200여 개에 달하는 군소 제조사들이 난립(2000년 전후)하면서 수준 이하의 품질을 가진 제품이 다수 출시되는 등의 흐름이 계속되어 결과적으로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와중,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iPod)이 출시되고 인기를 끌면서 ‘MP3 플레이어 종주국’인 한국의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팟은 복잡한 기능은 최대한 배제한 대신 가격에 비해 넉넉한 저장 공간을 제공하였으며,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매력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은 아이팟 전용의 콘텐츠 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를 운영하여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막대한 판매 수익 또한 올릴 수 있었다. 단순히 하드웨어만 팔았던 한국의 MP3 플레이어 제조사들과 달리,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적절히 조합하여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자사의 수익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성공시킨 것이다.
2001년 11월에 첫 제품이 출시된 아이팟 시리즈는 불과 5년여가 지난 2007년 4월에 1억 대 판매량을 달성하는 등, 지속적인 호조를 이어가며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손아귀에 넣기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MP3 제조사들은 몰락을 계속하여 2010년 현재, 아이리버나 코원, 삼성전자 등 소수 업체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빛바랜 ‘소니 워크맨’의 영광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한국 업체들뿐만이 아니다. 일본 업체들, 그중에서도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인 ‘워크맨(Walkman)’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소니가 대표적인 몰락 사례다. 소니는 MP3 플레이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음에도 한동안 CD 플레이어나 MD(Mini Disc: 일본에서 주로 사용한 재기록 가능 디스크) 플레이어 등, 자사의 기존 사업 영역을 지키는 데 힘을 쏟느라 MP3 플레이어 시장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론 1999년에 소니는 디지털 음악 파일의 재생이 가능한 ‘네트워크 워크맨’의 첫 번째 제품을 내놓기는 했으나, 이 제품은 타사의 MP3 플레이어와 달리 MP3 파일의 재생이 불가능했고, 대신 소니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ATRAC3’ 파일만 재생할 수 있었다.
ATRAC3 파일은 이론적으로는 같은 용량의 MP3 파일에 비해 음질이 우수하지만 일부 소니 제품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MP3 파일만 사용했고, 네트워크 워크맨 사용자들이 다운로드받은 MP3 파일을 듣기 위해서는 파일 형식을 ATRAC3로 바꿔주는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결국 네트워크 워크맨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그다지 팔리지 않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소니는 MP3의 재생도 가능한 네트워크 워크맨을 내놓았으나, 시장은 이미 애플의 아이팟이 점령한 상태였다.
성장 동력 상실했지만 명맥은 이어질 듯
초기의 MP3 플레이어는 이름 그대로 MP3 파일의 재생만 가능했으나 이후, 디지털 오디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WMA, OGG, AAC 등 다양한 오디오 파일을 지원하는 제품이 다수 출시되었다. 때문에 요즘은 MP3 플레이어가 아닌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라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MP3 플레이어는 단순한 음악 감상 기능 외에도 녹음 기능이나 라디오 수신 기능 등이 추가된 제품이 많으며, 몇몇 제품들은 동영상 재생이나 DMB 방송 수신 기능을 갖춘 경우도 있어 MP3 플레이어와 PMP(Portable Media Player: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플레이어)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태다.
그리고 최근에는 MP3 플레이어 외에도 휴대폰, 휴대용 게임기, 태블릿 PC 등, 디지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의 종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굳이 MP3 플레이어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MP3 재생 기능이 내장된 헤드폰이나 스피커가 등장하는 등, 이제는 MP3라는 것이 독립된 제품이라기보다는 다른 기기에 끼워 넣는 단순한 부가 기능 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가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의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지금과 같이 다양한 휴대용 기기가 등장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반 MP3 플레이어 시장은 현재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의해 적으나마 꾸준한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워크맨, CD 플레이어가 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트랜지스터라디오가 판매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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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오디오 파일로만 사용되던 MP3를 휴대용 기기에 적용한 ‘MP3 플레이어’는 1998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개발사는 한국의 새한정보통신이었다. 최초의 MP3 플레이어인 ‘새한 엠피맨 F10’은 16MB의 메모리를 갖추고 있어 불과 5곡 정도 밖에 담을 수 없었고, 기능이나 편의성도 지금의 MP3 플레이어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CD나 카세트테이프 없이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MP3 플레이어 종주국’의 흥망
이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이른바 ‘벤처 기업 붐’과 맞물려 한국에서는 수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MP3 플레이어가 출시되었고, 해외 진출도 활발하여 레인콤(2009년 이후의 회사명은 ‘주식회사 아이리버’)의 ‘아이리버 프리즘(iFP-100)’, 거원시스템(2005년 이후의 회사명은 ‘코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 G3’ 등은 북미, 일본, 유럽 등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일부 제조사들은 차별화를 위해 제품의 사용자들이 거의 쓰지 않는 많은 기능을 집어넣어 제품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200여 개에 달하는 군소 제조사들이 난립(2000년 전후)하면서 수준 이하의 품질을 가진 제품이 다수 출시되는 등의 흐름이 계속되어 결과적으로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와중,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iPod)이 출시되고 인기를 끌면서 ‘MP3 플레이어 종주국’인 한국의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팟은 복잡한 기능은 최대한 배제한 대신 가격에 비해 넉넉한 저장 공간을 제공하였으며,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매력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은 아이팟 전용의 콘텐츠 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를 운영하여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막대한 판매 수익 또한 올릴 수 있었다. 단순히 하드웨어만 팔았던 한국의 MP3 플레이어 제조사들과 달리,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적절히 조합하여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자사의 수익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성공시킨 것이다.
2001년 11월에 첫 제품이 출시된 아이팟 시리즈는 불과 5년여가 지난 2007년 4월에 1억 대 판매량을 달성하는 등, 지속적인 호조를 이어가며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손아귀에 넣기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MP3 제조사들은 몰락을 계속하여 2010년 현재, 아이리버나 코원, 삼성전자 등 소수 업체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빛바랜 ‘소니 워크맨’의 영광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한국 업체들뿐만이 아니다. 일본 업체들, 그중에서도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인 ‘워크맨(Walkman)’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소니가 대표적인 몰락 사례다. 소니는 MP3 플레이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음에도 한동안 CD 플레이어나 MD(Mini Disc: 일본에서 주로 사용한 재기록 가능 디스크) 플레이어 등, 자사의 기존 사업 영역을 지키는 데 힘을 쏟느라 MP3 플레이어 시장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론 1999년에 소니는 디지털 음악 파일의 재생이 가능한 ‘네트워크 워크맨’의 첫 번째 제품을 내놓기는 했으나, 이 제품은 타사의 MP3 플레이어와 달리 MP3 파일의 재생이 불가능했고, 대신 소니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ATRAC3’ 파일만 재생할 수 있었다.
ATRAC3 파일은 이론적으로는 같은 용량의 MP3 파일에 비해 음질이 우수하지만 일부 소니 제품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MP3 파일만 사용했고, 네트워크 워크맨 사용자들이 다운로드받은 MP3 파일을 듣기 위해서는 파일 형식을 ATRAC3로 바꿔주는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결국 네트워크 워크맨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그다지 팔리지 않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소니는 MP3의 재생도 가능한 네트워크 워크맨을 내놓았으나, 시장은 이미 애플의 아이팟이 점령한 상태였다.
성장 동력 상실했지만 명맥은 이어질 듯
초기의 MP3 플레이어는 이름 그대로 MP3 파일의 재생만 가능했으나 이후, 디지털 오디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WMA, OGG, AAC 등 다양한 오디오 파일을 지원하는 제품이 다수 출시되었다. 때문에 요즘은 MP3 플레이어가 아닌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라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MP3 플레이어는 단순한 음악 감상 기능 외에도 녹음 기능이나 라디오 수신 기능 등이 추가된 제품이 많으며, 몇몇 제품들은 동영상 재생이나 DMB 방송 수신 기능을 갖춘 경우도 있어 MP3 플레이어와 PMP(Portable Media Player: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플레이어)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태다.
그리고 최근에는 MP3 플레이어 외에도 휴대폰, 휴대용 게임기, 태블릿 PC 등, 디지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의 종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굳이 MP3 플레이어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MP3 재생 기능이 내장된 헤드폰이나 스피커가 등장하는 등, 이제는 MP3라는 것이 독립된 제품이라기보다는 다른 기기에 끼워 넣는 단순한 부가 기능 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가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의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지금과 같이 다양한 휴대용 기기가 등장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반 MP3 플레이어 시장은 현재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의해 적으나마 꾸준한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워크맨, CD 플레이어가 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트랜지스터라디오가 판매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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