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 여자축구의 보배 지소연 그녀의 오랜 ‘꿈’ 흔들지 말아야

입력 2010-10-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소연 .스포츠동아 DB

지소연 .스포츠동아 DB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진로를 선택할 때 많은 관심을 받는다. 특히 해외진출과 관련됐을 때 이런 현상은 더욱 도드라진다. 이런 저런 구설에 휘말리기도 쉽다.

독일과 터키 프로배구에서 2년 간 뛴 문성민은 6월 KEPCO45와 입단계약 후 곧바로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됐다. 몇몇 구단이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상벌위원회를 열고 1억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문성민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에 전념해야할 시기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시간을 낭비했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NBDL 로어노크에서 뛰던 방성윤은 2005년 말, 당초 그를 지명했던 KTF에서 SK로 트레이드된 뒤 국내로 복귀했다.

대형스타의 컴백은 분명 호재였지만 ‘원하지 않는 팀에서 뛰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이적 목표를 이뤘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졌다.

내년 대학졸업을 앞둔 지소연(19·한양여대·사진)이 8월 독일U-20여자월드컵 후 귀국하자마자 여러 이야기가 나돌았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내 A구단은 ‘내년 W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해 신생팀 지명을 받으면 일체의 생활비를 보장할 테니 3년 후 오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B구단은 ‘신생팀 지명을 받으면 일본 리그로 트레이드시켜 주겠다. 역시 3년만 뛰고 입단하라’고 접근했다.

당시는 신생팀 부천시청의 참가가 유력했고 지소연이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당연히 1순위 지명권을 갖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소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랜 ‘꿈’이었던 미국여자프로축구(WPS) 진출을 묵묵하게 추진했다. 대표팀 최인철 감독을 통해 “소연이는 당장 돈보다 자기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미국행을 원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견했다.

지소연이 WK리그 신인 드래프트 신청 마지막 날 전격 신청서를 냈을 때 그래서 더욱 의아했다. 마음이 바뀌어 국내리그에서 뛰겠다는 결심을 내린 거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지소연 매니지먼트사는 “여자연맹과 협의할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 경과를 보고 명단 공시(27일 오후 5시) 전까지 철회 여부를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그 협의란 다름 아닌 ‘1년 뒤 해외진출 허용’과 같은 이른바 ‘지소연 특별 룰’이었다.

스타를 위한 특혜는 당장 구미가 당길 수 있다. 지소연이 국내리그에서 1년을 뛰어 WK리그도 활성화시키고 추후 더 좋은 조건에 미국이나 유럽리그로 진출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편법은 편법이다. 이런 것들은 어느 순간 파동으로 둔갑해 선수 본인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지소연은 결국 WK리그 드래프트 신청을 철회했다. 옳은 결정을 내렸다.

지소연은 몇 십 년 만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국 여자축구의 보배다. 이런 인재가 자신의 꿈을 달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묵묵히 서포터해주는 게 축구 인들의 할 일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