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양승호의 색깔’ 양감독의 숙제

입력 2010-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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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공식취임식을 갖고 출발한 롯데의 14대 양승호 감독. 지금 그는 누구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평소 원만한 대인관계와 성품으로 야구계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온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단, 롯데 감독으로서 어떤 야구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양 감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꼴데’가 아니라 지난 3년간 성적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전임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롯데는 팀의 리빌딩이 아니라 우승이 필요해서 양 감독을 영입했다. 일찍이 이 정도의 부담을 안고 출발한 감독은 거의 없다. 롯데 감독은 ‘독이 든 성배’임이 분명하다.

부산은 야구가 일상을 지배하는 도시다. 롯데팬들은 누구보다 뜨겁지만 성적이 나쁘면 확실하게 응징하는 편이다. 부산팬들이 로이스터 감독에게 열광한 이유는 ‘뻔한 야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수 중심의 야구, 선수가 발전하는 야구,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야구, 이 모든 것이 함축되어 ‘No Fear’로 나타났다. 그는 분명히 야구철학이 있는 감독이었다.

또한 아무리 연패에 빠져도 팬들의 사인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으며, 길을 가다가도 이 도시의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이제 갓 취임한 양 감독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롯데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으로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굳이 조언을 한다면 확실한 본인의 야구철학이나 색깔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성공한 지도자나 조직이 한 가지 간과하는 점이 있다면, 자기가 가진 장점으로 성공하고 결국 그 장점으로 인해 쇠락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즉, 양 감독의 원만한 인격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잘못하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구단과 원만한 관계 속에서 우승한 감독은 두산 시절의 김인식 감독, 2005∼2006년 우승한 삼성의 선동열 감독 등 손에 꼽힐 정도밖에 없다.



감독과 프런트는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둘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긴장이 흐를 수밖에 없고, 본질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단지 다행인 것은 한국프로야구는 감독이 성적만 내면 ‘토사구팽’을 당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롯데는 2011년에도 전력누수가 거의 없는 팀이다. 그러나 야구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 양 감독이 더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양 감독이 롯데를 통해 그의 야구를 선보이고, 만개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양 감독의 ‘홀로서기’는 이제부터다.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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