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FA 박용택 무늬만 34억…이게 뭡니까?

입력 2010-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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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 [스포츠동아 DB]

LG와 최대 4년간 장기계약…무려 18억5천만원이 옵션
LG는 3일 프리에이전트(FA) 박용택(사진)과 최대 4년간 34억원의 조건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금액만 놓고 보면 3년 전 FA 계약을 한 포수 조인성과 똑같다.

조인성은 2007시즌 후 계약기간 3+1년에 계약금 12억원과 연봉 4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 결국 4년계약이 완성되면 28억원을 보장받고, 3년간 2억원씩 총 6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이었다. 3년으로만 따지면 계약금 12억원과 연봉 12억원 등 총액 24억원은 보장금액, 10억원은 인센티브였다.

박용택은 계약금 8억원(5억원+3억원), 연봉 3억5000만원의 조건이다. 4년간 계약금과 연봉을 모두 받으면 22억원. 그러나 추가 계약금 3억원도 사실상 인센티브인 셈이어서 보장된 금액은 계약금 5억원과 3년간 연봉 10억5000원을 포함해 총액 15억5000만원이다.

나머지 18억5000만원은 옵션이다. 역대 FA 계약 중 전례가 없는 ‘배보다 배꼽이 큰 계약조건’이다. 한마디로 ‘조삼모사(朝三暮四)’다.

LG가 박용택 이전에 팀내 FA에 대해 3+1년 계약을 보장한 선수는 조인성이 유일했다. 나머지 프랜차이즈 FA는 모두 팀을 떠나거나 굴욕적인 1년짜리 계약을 했다.

박용택에 대해 팀 역사상 2번째 3+1년 계약을 한 것과 최대총액 34억원을 맞춘 것은 팬들의 눈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형평성을 맞춘 계약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용택의 계약 조건을 자세히 뜯어보면 팬은 물론 구단과 그룹 고위층의 눈치를 본 조치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LG가 외부에서 모셔온 FA들은 어땠는가.

FA 실패사례로 골머리를 앓았던 LG가 안전장치를 걸어두는 심정은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연봉보다 인센티브가 많은 직장이 있을지 의문이다. 선수에게 인센티브 조항이 많이 걸리면 결국 팀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 폐해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선수는 물론 감독에게도 스트레스다.

어디에서도 욕만 먹지 않으면 된다는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의 자세. 창의적이면서 과감하게 움직이던 1990년대의 LG 프런트는 어디로 간 것일까.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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