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주고 떠나련다”…김재현의 무소유

입력 2010-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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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재현.

야구장비 일체 후배들에게 무료로…현역시절 빛나는 흔적 다 버릴 것
이제 3경기 남았다. 그러나 “나의 시즌은 한국시리즈로 끝났다”고 말한다. 대만·일본과의 챔피언십 원정은 일종의 ‘보너스 게임’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대만 챔피언 슝디와 맞대결을 하루 앞둔 3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만난 SK 김재현은 초연한 분위기였다.

“시리즈의 긴장감이 풀린 게 있다. 여러모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팀 SK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SK에서 빅게임을 여러 번 해봤는데 퍼져 있다가도 게임을 치르면 달라지는 게 있다. 한국시리즈도 1차전부터 ‘됐다’란 느낌을 가졌다. 서로가 진지해진다. 당장 (대만에 오니까) 오늘부터도 운동하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따로 얘기도 일체 안 했다. “나는 코 끼워서 온 거다. 감독님도 이제 안 무섭다”라는 농담 역시 동료, 후배들의 저력을 믿기에 나올 수 있는 ‘여유’다.

이제 4∼5일 대만 슝디전, 13일 일본 챔피언과의 대결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접는 김재현은 향후 한 달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할 계획이다. 이 시간 동안 야구선수 이후 인생의 골격을 잡을 생각이다. “인생의 4분의 3을 함께 했던” 야구와 관련된 일을 모색할지, 전혀 관계없는 길을 갈지 갈림길에서 장고 중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현역시절의 빛나는 흔적은 다 버리고 간다는 각오다. 지금 쓰고 있는 야구장비 일체는 후배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로 약속했다. 벌써 방망이 장비를 문학구장에 두고 왔다. 돌아가면 신일고 후배 임훈의 차지다.

“아마 일본전 끝나면 기념으로 유니폼만 남을 것 같다”고 말하는 김재현의 마음은 이미 은퇴에 익숙해져 있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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