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윤경신. 스포츠동아DB
핸드볼대표팀 미디어데이·결단식… 마지막 태극마크, 유종의 미 거둘것
“이것은 신이라도 못이길 경기다.”바로 4년 전이었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윤경신(37·두산·사진)의 한 마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핸드볼 스타의 발언이라 파장은 더 컸다. 남자핸드볼대표팀은 심판의 편파판정에 덜미를 잡히며 4위로 처졌다. 핸드볼관계자들은 “당시 대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표현한다.
중동 팀들은 아시아최강 한국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심판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거침없이 2분간 퇴장을 내렸다.
한 관계자는 “윤경신이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자, 그 다음 공격에서는 중거리 슛을 시도하기도 전에 오버스텝을 불어버리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결국 금메달은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인 쿠웨이트에게 돌아갔고, 은메달은 개최국 카타르의 차지였다.
4일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핸드볼대표팀 미디어데이 및 결단식. 한국선수단의 기수이기도 한 윤경신은 여전히 그 날의 한을 기억하고 있었다.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6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그가 유일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17세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그는 이제 대표팀 최고참. 막내 심재복(23·인천도시개발공사)과는 14세 차다.
남자대표팀 조영신 감독은 1990년 베이징대회 때 함께 코트에서 호흡을 맞춘 동료였고, 홍기일 코치는 1년 후배다. 그럼에도 그의 실력은 최정상이다. 이미 여러 차례 대표선수를 고사했지만, 대한핸드볼협회는 그를 놓칠 수 없었다.
윤경신은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대표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편파판정을 뚫을 수 있는 전술적 준비도 모두 마쳤다.
조영신 감독은 “속공과 중거리 슛 등을 잘 활용하겠다”고 했다. 편파판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몸싸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의 새 수장이 된 이후 외교적인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남녀동반 금사냥” 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핸드볼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남자대표팀 조영신 감독, 여자대표팀 이재영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태릉|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최 회장은 2009년 4월 당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AHF 수장인 세이크 아마드 회장을 쿠웨이트에서 직접 만났다. 올해에는 국제핸드볼연맹(IHF) 하산 무스타파(이집트) 회장에게 IHF가 경기감독관과 국제심판을 아시안게임에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기도 했다.
도하 대회에선 AHF가 유럽 심판의 파견을 사전에 봉쇄한 바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정형균 부회장은 “공정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협회는 남녀대표팀의 동반 금메달에 총 1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다.태릉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