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라스의 황금’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첩보영화다. 이탈리아인에게서 2000만 달러 상당의 황금을 빼앗은 나치 장교 케이라스 대령이 일본 잠수함을 이용해 이를 한국 근해에 숨기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한국 경찰의 도움을 얻어 황금을 찾는 작전을 펼친다.
한국측 제작사인 극동영화사는 약 3500만원의 제작비 가운데 3분의 2를 부담했다. 대신 전 세계 개봉이 가져다줄 흥행 수입은 그 투자 비율로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71년 3월10일 개봉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가 촬영에 나서던 즈음, 이탈리아는 당시 우리에게는 적성국가였던 중공(현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냉전의 시대여서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가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케이라스의 황금’ 제작에 별다른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케이라스의 황금’이 제작되던 당시는 ‘방화’라고 불리던 한국영화가 TV의 보급 등으로 불황의 늪에 허덕일 때였다. 특히 외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늘면서 외화 수입 쿼터를 얻기 위한 수입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던 시기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영화계는 해외 합작에 눈을 돌렸다. 국내 배우들이 외국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펼치는 합작영화를 통해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려는 의도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