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스포츠동아 DB]
○천재의 어릴 적 한마디, “아빠 물이 잘 안 잡혀요”
박태환은 어린 시절부터 수영장 물에 예민한 편이었다. 아들의 경기를 꾸준히 지켜본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어떤 수영장에 가면 ‘아빠 물이 잘 안 잡혀요’라고 말해 처음에는 핑계인줄 알았다. 나중에야 이해하게 됐다”며 웃었다. 수영선수는 ‘물을 잘 잡아야’ 그만큼 추진력이 좋다. 박인호 씨는 “예를 들면, 태환이는 한국 내에서도 잠실수영장은 어렸을 적부터 운동한 곳인데도 ‘별로’ 라고 한다. 반면 올림픽공원내 수영장을 가장 좋아 한다”고 설명했다.
○수온, 깊이, 소독약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물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영장에 따라 물에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노민상 감독은 “일단 소독약의 농도와 수온이 조금씩 다르다. 실질적으로 몸이 차이를 느끼기도 하지만, 큰 경기를 앞두고 약간의 변화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외수영장에서 훈련할 기회가 적은 한국선수들이 실외수영장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물감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수심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규격수영장의 기준은 1.8m 이상. 경기장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얕으면 부력이 문제가 있고, 깊으면 공포감 때문에 도리어 물감이 저하될 수 있다.
○박태환에게 최적화된 수온은 30도…광저우도 이상무
스포츠동아 이동운(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 해설위원은 “박태환은 수온이 약간 높은 물을 선호한다”고 했다. 보통 수영장 물의 온도는 28∼30도. 29도를 평균으로 봤을 때 박태환은 약 30도의 물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다.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보통 수온이 높으면 그만큼 체력소모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 해설위원은 “박태환이 ‘아오티아쿠아틱센터의 수온이 잘 맞는다’고 전하더라. 수심도 약간 깊은 편이어서 부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노 감독은 “태환이 뿐만 아니라 다른 우리선수들도 물감이 좋다고 했다. 한국의 수영장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부력과 물을 타는 감각에서 천부적이라고 평가받는 마린보이에게 좋은 예감임이 틀림없다. 박태환은 14일 남자자유형 200m에서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