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플러스 2010’, 과연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 챕터 2

입력 2010-11-11 09: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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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서 ‘테크플러스 2010: Innovate Korea(이하 테크플러스)’의 챕터 1에 관련된 내용을 알아 보았다. 이번에는 챕터 2에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자.


챕터 2 Art,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기술은 어떠해야 하는가?

챕터 2는 IT 기기가 예술로 승화할 수 있다는 주제로 이루어진 강연이었다. 여기서 예술이란, ‘단순히 기기의 외형 디자인을 작품처럼 꾸미는 것’이 아니라 ‘기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이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코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PC는 컴퓨터 작업에만 필요한 기기, 휴대폰은 전화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기기가 아니라는 것. 향후 기술은 예술적 수준을 지향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돈 되는 기술,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폴리테크니코 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 디자인 중심의 혁신, 기술에 의미를 부여하다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는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의 경영 전공 교수이며, 기업 전략 컨설팅 회사인 프로젝트 사이언스(PROJECT SCIENCE)의 설립자이자 대표이다. 디자인 경영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탈리아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황금 콤파스 상(COMPASSO D’ORO)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닌텐도 위(Wii)를 예로 들며 “닌텐도 위는 단순한 게임기가 아닌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기기가 되었다. 이는 닌텐도 위가 가지는 특별한 디자인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제품 외형’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 ‘사람에게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전해 주느냐’라는 것이다. 닌텐도 위는 사람에게 게임기라는 의미보다 가족 간의 대화를 이어주는 연결점이 되었다”라며, “디자인 혁신이라는 것은 기기에 이렇게 다양한 의미 가치를 부여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기술 디자인 혁신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과거의 경험을 현재와 미래에 편리하게 바뀌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그런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경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기술 디자인의 혁신이다”라며,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바에 기업이 너무 다가가면 안 된다. 애플 스티브 잡스 CEO가 새로운 기기를 발표할 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만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생산해내는 기업과 이를 소비하는 사용자 사이에 ‘해석자’가 필요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기술을 설명해 주는 사람, 기업의 내용을 사용자에게 전달해 주는 사람이 그것이다. 이러한 해석자들의 입장을 잘 반영해야 진정한 기술 디자인 혁신을 이룰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산돌체의 장인 석금호, 한국의 글꼴을 세계에 알리다

석금호는 대표적인 한글 폰트 중의 하나인 ‘산돌체’의 개발자이며, 현재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마이크로소프트 한글 타이포그래피 자문 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이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는 교육, 경제 등에 있다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체성에 있다”라며 한국인이 세계로 나서기 이전에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근간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느 정권도, 어느 학교도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다. 그러나 전 세계가 과학적, 미적으로 인정한 한글이라는 문자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다. PC와 사람을 연결하는 근본적인 도구가 문자이고, 세계의 다양한 문자 중에 한글은 여러 곳에서 인정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만약 서울이라는 단어를 휴대폰 천지인 방식으로 입력하면 8번이면 되지만, 영문으로 입력하면 총 14번을 입력해야 하고, PC 입력 방식으로도 한글은 가장 편리하다. 또한, 현재 한글은 전 세계에서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될 만큼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한글을 통해 우리네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석금호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연설의 주제를 중간중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섞어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한국 횟집’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 ‘나는 평범함을 거부한다’라고 문신한 사진 등을 보여 주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남궁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외치다

남궁연은 국내 정상급 뮤지션으로 드러머, 라디오 DJ로도 활동하며, 동덕여대 강사까지 맡고 있다. 현재 인텔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공연 ‘재즈2.0’을 기획해 공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일반 대중과 직접 소통을 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무대 중앙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등장해 “오늘 강연자 중에 강연료와 연주료를 동시에 받는 것은 저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로 웃음을 건네며 시작했다. 이후 예술과 기술의 만남에 대해서 언급하며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디지털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한 예를 들며 “요즘 영화를 소개하면서 3D 콘텐츠나 1,080p 화질의 풀 HD 영상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그 영화는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원래 영화 소개라고 한다면 모험물인지, 코믹인지, 액션 영화인지를 언급해야 맞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더해 다이알로그(Dialog)라는 것을 만들어 봤다. 즉, 디지털을 통해 사람 냄새 나는 소통을 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기술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제자리는 애플의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술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면 아날로그의 옷을 입고 문화라는 선물을 주어야 한다”라고 뼈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여기서 생각할 것은 새로운 기술에 사람이 느끼는 것은 ‘감탄’이 아니라 ‘감동’이어야 한다는 것. ‘감탄’과 ‘감동’의 차이를 그는 강조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테크플러스 포럼의 취지인 신개념 콘서트라는 것에 가장 알맞은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강렬한 비트의 드럼을 연주하며 등장하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크게 호응하며 반겼다. 또한, 연설 도중 직접 드럼을 치고 관람객은 손뼉을 치도록 유도하며 자신이 연설하고자 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띄워 놓기도 했다. 대중과의 소통이란 이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챕터 2의 주제처럼, 이제 발전하는 기술은 단순히 ‘편리함을 주는 도구’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A 학점을 받기는 힘들어 졌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감동을 느끼고 당사자의 생활 속에 녹아 들어갔을 때야 비로소 인정을 받는다. ‘기술이 아닌 문화를 팔아야 한다’라는 말을 요즘 들어서 참 많이 듣는다. 사람들은 로켓이 지구를 떠나 달에 착륙했다는 기술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로켓 기술의 일부를 통해 본인의 삶이 편리해 지고, 변화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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