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한국 첫 개최, 1986년 서울AG엔 무슨일이?

입력 2010-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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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은 한국의 사실상 첫 국제종합대회 유치로, 성적과 흥행 양쪽에서 내부적 자신감과 외부적 호평을 동시에 얻은 성공작이었다. 탁구 여자복식의 현정화-양영자조(우)는 중국의 아성을 깼고, 육상의 임춘애(좌)는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스포츠동아 DB]

중국 선수단 첫 방문 등 27개국 참가
수영 최윤희 대회신…체조 첫 금 3개
남녀 탁구 잇달아 중국 꺾으며 파란
한국, 금 93개 등 사상 첫 종합 2위
한국인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아시안게임은 아무래도 1986년 서울에서 열린 제 10회 대회일 것이다.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맞아, 16년 전 한국에서 처음 개최된 아시안게임을 추억해본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서울 아시안게임


한국은 1986년 이전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기회가 있었다. 1970년 제6회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후진국.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만한 돈이 없었다. 재정문제로 대회 개최를 반납했고, 태국 방콕이 이 대회를 열게 됐다.

1970년대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한국은 1981년 11월 26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경기연맹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10회 아시안게임을 서울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약 2개월 전인 9월 30일, 1988년 제24회 올림픽을 서울로 유치한 데 이은 쾌거였다. 서울 아시안게임에는 당시 미수교국이었던 중공(현 중국) 선수단이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는 등 27개국 4836명의 임원과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 93개, 은메달 55개, 동메달 76개로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종합 2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중공(금메달 94개)에 불과 금메달 1개차로 뒤졌으며,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일본(금메달 58개)을 금메달 35개차로 따돌렸다.


○국민의 심금을 울린 스타들

대회 이틀째까지 금메달 없이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에 그쳤던 한국은 3일째인 9월 22일 사격에서 무려 4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금메달레이스에 불을 붙였다. 여자부 박정아가 2관왕에 올랐고, 남자부 차영철도 2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그리고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수영 스타 최윤희가 이날 배영 100m에서 1분04초62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최윤희는 26일 배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 2관왕에 오르면서 대회 초반 최고의 스타로 우뚝섰다.

24일에는 체조가 사상 최초로 금메달 3개(권순성 서연희 서선앵)를 획득한 가운데 남자 탁구팀이 단체전에서 5시간 18분간의 혈전을 치른 끝에 중국을 5-4로 물리치고 사실상 금메달을 예약했다. 안재형이 마지막 스매싱을 성공한 뒤 바닥에 드러누워 만세를 불렀고, 만리장성을 넘어선 순간을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해했다. 그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하루 뒤 현정화 이선 김영미 양영자로 팀을 꾸린 여자 탁구가 단체전에서 중공을 2-1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안재형 김완 박창익 박지현 유남규의 남자 탁구팀도 단체전 결승에서 홍콩을 5-2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회 11일째인 30일 양궁에서만 7개의 금메달을 사냥하는 등 이날 하루에만 무려 12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아 마침내 경쟁국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양궁은 이 대회 12개 종목 중 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날 여자 육상 8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스타덤에 오른 임춘애는 이후 1500m와 3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남자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재근과 함께 한국 육상에 희망을 던져줬다.

한국은 대회 폐막 하루 전날인 10월 4일 복싱 12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는 등 이날 하루에만 19개의 금메달을 무더기로 주워담았다.

대회 최종일에 금메달을 따낸 축구, 세계 최강 파키스탄과 인도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남녀하키, 8체급 중 6체급을 석권해 종주국 일본을 깜짝 놀라게 한 유도 역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낙후 종목으로 평가받던 육상과 체조에서도 각각 7개와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한국 스포츠사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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