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스줌인] 태블릿 PC, 디스플레이 크기에 대한 고찰

입력 2010-11-12 1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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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 출시 이후 태블릿 PC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은 지난 스마트폰 열풍만큼 뜨겁다. 관련업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내만 보더라도 이미 엔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을 필두로 삼성전자 갤럭시 탭, 애플 아이패드까지 연이은 신제품 출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를 비롯해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태블릿 PC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꼬리를 물고 있다. 림(RIM)의 블랙베리 플레이북과 HP 슬레이트, 델(DELL)이 준비하고 있다는 태블릿 PC까지 내년이면 태블릿 PC 시장을 두고 데스매치라도 한바탕 벌일 기세다.

이런 와중에 최근 태블릿 PC 디스플레이 크기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다. 가장 알맞은 크기로 7인치이냐, 10인치이냐는 것. 여기에 5인치 크기가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들리고, 8인치 크기의 틈새시장 공략도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 제조사들도 앞으로 다양한 크기의 태블릿 PC를 내놓을 수 있다며 동의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향후 태블릿 PC 시장은 5인치, 7인치, 10인치 제품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참. 그렇게 고민할 일이 없나?’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각 크기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를 것이라고 말이다.

노트북을 생각해 보자. 흔히 노트북을 구매하기 전에 디스플레이 크기를 먼저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크기에 따라 휴대성은 좋지만 성능은 그리 높지 않은 노트북과 크고 무겁지만 데스크탑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여주는 노트북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물론 이례적으로 크기는 작지만 성능이 좋은 제품도 더러 있다). 크기를 결정하고 나면 가격 대비 성능 등을 고려하며 구매 결정을 내린다. 이렇게 노트북에서도 디스플레이 크기에 대한 선택적 기준이 나뉘어 있다.


태블릿 PC의 경우, 7인치 갤럭시 탭과 10인치 아이패드를 두고 디스플레이 크기에 따른 장단점을 상호 비교하는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도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7인치 태블릿 PC는 스마트폰과 경쟁하기엔 너무 크고, 아이패드와 경쟁하기엔 작다”라며, “미국에 도착하는 즉시 사망할 것이다”라고 독설을 던지기도 했다.

태블릿 PC도 노트북처럼 크기에 따라 사용 범위나 용도를 구분할 수 없을지 반문하고 싶다. 7인치와 10인치 태블릿 PC를 두고 누가 맞느냐를 따지지 말자는 것.


현재 출시된 태블릿 PC 크기별 용도 분석


10인치 태블릿 PC



국내에 곧 선보일 10인치 태블릿 PC의 대표 주자인 아이패드(정확한 크기는 9.7인치)는 현재 출시된 태블릿 PC 중 가장 크다. 디스플레이 크기로만 보면 11인치 넷북과도 비슷한 정도이며, 때문에 아이패드가 시장에 선보이면 넷북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아이패드가 시판된 다른 나라를 봐도 넷북 판매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측정되어 각자 나름의 시장 영역으로 구분되는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10인치 크기로 출시한 이유 중 하나가 ‘가독성’ 때문이라 한다. 아이패드에 전자책 프로그램인 ‘아이북스’를 넣으면서 소설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크기로 만들었다는 것. 전자책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보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도 10인치 정도면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확대해서 봐야 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또 하나. 아이패드는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용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거실 소파에 앉아 사용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 때와 앉아서 사용할 때의 차이를 체감해 보면 그 의도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만약 지하철이나 버스에 서서 두 손으로 10인치 아이패드를 들고 있다간 급정거/출발 시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들고 서 있기에는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다. ). 또한 간단하게 문서나 메모를 작성할 때도 10인치는 효율적이기도 하다.



7인치 태블릿 PC

국내 출시된 7인치 태블릿 PC의 대표 주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과 엔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두 제품 모두 아이패드보다 작고 가볍다(실제 크기는 아이패드의 정확히 절반 정도다). 그러니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내비게이션 기기나 조금 큰 PMP 같기도 하다.


엔스퍼트의 아이덴티티탭은 갤럭시 탭과 같은 7인치 태블릿 PC지만, 이 기기의 강점은 가격에 있다. KT ‘쇼와이브로’ 약정 요금제를 이용하면 본체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것. 물론 구글 인증까지 받아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갤럭시 탭과 비교해서는 기능과 성능이 다소 미흡할 수 있으나 대신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스마트폰에도 고가의 아이폰4, 갤럭시S 등이 있고, 이보다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이 있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5인치 크기의 태블릿 PC

국내 출시된 5인치 태블릿 PC로는 아이스테이션의 ‘버디와 ‘듀드’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기기들을 태블릿 PC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버디와 듀드는 태블릿 PC의 탈을 쓴 PMP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아이패드, 갤럭시 탭, 아이덴티티탭이 가지고 있는 태블릿 PC로서의 사양 및 성능에 많이 못 미치기도 하고, 기존 PMP와 크게 다른 점이 없이 때문이다. 제조사인 아이스테이션도 이 기기를 선보이면서 태블릿 PC가 아닌 ‘미니 태블릿’이라고 명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디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면 딱 좋은 PMP다. 버디에 내장된 EBS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 여러 전자사전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기기이다. 한편 듀드는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기존 PMP에 태블릿 PC의 성능과 기능을 약간 가미했다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리하자면 이 두 기기를 완벽한 태블릿 PC라고 하기에 뭔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개량형 PMP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했듯, 10인치 노트북과 15인치 노트북을 선택하는 기준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 10인치, 12인치, 13인치, 15인치 모두 고유의 시장 영역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태블릿 PC도 이와 마찬가지다. 다양한 크기의 제품이 공존하면서 나름대로 용도별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10인치와 7인치, 또는 5인치 간의 경쟁 구도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양한 크기의 태블릿 PC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자의 선택 폭도 넓어진다는 의미일 테니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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