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다래. 사진=연합뉴스.
엉뚱 ‘4차원 소녀’ 한국 평영사상 첫 금
발목 유연성·체력 좋아 하체 추진력 OK
“부모님·코치님 감사” 성동현 언급 눈길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간단한 답변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말문이 막힐 때마다 연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발목 유연성·체력 좋아 하체 추진력 OK
“부모님·코치님 감사” 성동현 언급 눈길
그렇게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네 사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코치님, 부모님, 그리고 (성)동현이.” 평소 엉뚱한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4차원’으로 불렸지만, 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평범한 딸이자, 제자로 돌아왔다. 한국여자평영의 새 역사를 창조한 정다래(19·전남수영연맹·동서울대)의 우승 직후 풍경이었다.
정다래는 17일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평영 200m 결선에서 2분25초0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수영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8번째. 여자 선수로만 한정하면, 3번째다. 그리고 평영에서는 남녀 통틀어 사상 최초다. 아시안게임 한 대회에서 남녀가 동반 금메달을 획득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다래
정다래는 전남여수 구봉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다. 평영에서는 하체가 추진력의 70%를 차지한다. 발목의 유연성은 중요한 조건이다. 정다래를 발굴한 현 경영대표팀 안종택(43) 코치는 “발목의 유연성, 체격 등 처음 보는 순간부터 딱 평영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운동을 그만뒀지만, 언니 정다운 씨 역시 함께 수영선수가 됐다.
고속버스운전기사 일을 하는 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헌신적으로 딸 둘을 뒷바라지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고된 삶. 아버지에게 물 속을 누비는 두 딸의 모습은 청량제였다. 정다래는 “말도 잘 안 듣고 저 때문에 돈도 많이 드셨을 텐데 부모님 사랑해요”라는 말을 전했다.
고등학교 진학이후, 꾸준히 성장세였지만 위기도 있었다. 2009동아시아대회에서 여자평영100m 한국신기록을 세운 뒤 나태해진 것이다. 이 때 정다래를 잡아준 사람은 10년 스승 안종택 코치였다. “난 수영지도자로서 너 하나만 보고,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꼭 한 번 꿈을 이루어보자.”
순회코치시절 1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버티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던 모습을 제자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하루 5시간의 강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시간 뿐만이 아니었다. 안 코치는 정다래가 혹시라도 주말 외박에서 흐트러질까봐 휴일까지도 챙겼다. 여수 집까지 함께 비행기로 내려갔다가 올라온 것이다. 그렇게도 혹독하던 스승. 하지만 시상식이 끝난 뒤, 정다래가 꽃다발을 안긴 사람은 바로 안 코치였다.
한편, 또 한 명의 인물 “(성)동현”에 대해 정다래는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복싱 국가대표 2진”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사진출처|정다래 미니홈피
광저우(중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