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눈물’ 정다래 스토리] 엉뚱 ‘4차원 소녀’ 한국 평영사상 첫 금 발목 유연성·체력

입력 2010-1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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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다래. 사진=연합뉴스.

엉뚱 ‘4차원 소녀’ 한국 평영사상 첫 금
발목 유연성·체력 좋아 하체 추진력 OK
“부모님·코치님 감사” 성동현 언급 눈길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간단한 답변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말문이 막힐 때마다 연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그렇게 혼미한 정신 속에서도 네 사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코치님, 부모님, 그리고 (성)동현이.” 평소 엉뚱한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4차원’으로 불렸지만, 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평범한 딸이자, 제자로 돌아왔다. 한국여자평영의 새 역사를 창조한 정다래(19·전남수영연맹·동서울대)의 우승 직후 풍경이었다.

정다래는 17일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평영 200m 결선에서 2분25초0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수영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8번째. 여자 선수로만 한정하면, 3번째다. 그리고 평영에서는 남녀 통틀어 사상 최초다. 아시안게임 한 대회에서 남녀가 동반 금메달을 획득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다래


정다래는 전남여수 구봉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다. 평영에서는 하체가 추진력의 70%를 차지한다. 발목의 유연성은 중요한 조건이다. 정다래를 발굴한 현 경영대표팀 안종택(43) 코치는 “발목의 유연성, 체격 등 처음 보는 순간부터 딱 평영선수였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운동을 그만뒀지만, 언니 정다운 씨 역시 함께 수영선수가 됐다.

고속버스운전기사 일을 하는 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헌신적으로 딸 둘을 뒷바라지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고된 삶. 아버지에게 물 속을 누비는 두 딸의 모습은 청량제였다. 정다래는 “말도 잘 안 듣고 저 때문에 돈도 많이 드셨을 텐데 부모님 사랑해요”라는 말을 전했다.

고등학교 진학이후, 꾸준히 성장세였지만 위기도 있었다. 2009동아시아대회에서 여자평영100m 한국신기록을 세운 뒤 나태해진 것이다. 이 때 정다래를 잡아준 사람은 10년 스승 안종택 코치였다. “난 수영지도자로서 너 하나만 보고,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꼭 한 번 꿈을 이루어보자.”

순회코치시절 1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버티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던 모습을 제자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하루 5시간의 강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시간 뿐만이 아니었다. 안 코치는 정다래가 혹시라도 주말 외박에서 흐트러질까봐 휴일까지도 챙겼다. 여수 집까지 함께 비행기로 내려갔다가 올라온 것이다. 그렇게도 혹독하던 스승. 하지만 시상식이 끝난 뒤, 정다래가 꽃다발을 안긴 사람은 바로 안 코치였다.

한편, 또 한 명의 인물 “(성)동현”에 대해 정다래는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복싱 국가대표 2진”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사진출처|정다래 미니홈피

광저우(중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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