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양궁 삼총사 사연] 신궁삼총사, 방황·가난·자만을 쐈다

입력 2010-1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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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 7년간의 아픔 딛고 부활… 김우진, 뒷바라지 큰아버지에 바치는 골드텐… 엘리트 임동현 자기관리
한국이 22일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레인지에서 열린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222-218로 격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2뉴델리아시안게임부터 남자 단체전 8연패를 달성했다.

임동현(24·청주시청)은 2002년 부산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임동현, 김우진(18·충북체고), 오진혁(29·농수산홈쇼핑)의 금빛 시위 뒤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오진혁, 방황의 시절을 뚫고 골드 텐!

남자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은 충남체고 재학시절이던 1999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며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일찍 찾아온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됐다. 2000년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이후 7년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이 때부터 방황이 시작됐다. 오진혁은 “주말이면 네온사인이 2∼3개로 보일 정도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운동을 그만둘 결심까지 한 것도 이 때다. 잡아야 할 게 술잔이 아니라 활이라는 걸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나이도 젊은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2007년 다시 태릉에 입성한 오진혁은 결국 2009울산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담력이 좋아 단체전에서 마지막 3번째로 활시위를 당기는 그는 “어려운 시절만 생각하면 지금의 영광에 감개무량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김우진, 어려운 가정형편 딛고 우뚝 선 대표팀의 막내



남자대표팀의 막내 김우진은 이원초-이원중의 직속선배인 박경모(공주시청 플레잉감독)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박경모는 올림픽에서 금메달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건 한국양궁의 대들보였다.

김우진 역시 박경모처럼 자세가 안정적이고, 대담한 것이 장점. 김우진의 형 김진묵(상지대) 역시 양궁선수다. 단체전 금메달은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형의 아쉬움을 달랜 것이기도 하다.

김우진은 “형과 전화를 했는데, 군대 문제도 해결해서 좋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우진의 성공 뒤에는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 대신 조카를 뒷바라지한 큰 아버지 김덕중 씨의 노력이 있었다.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큰아버지는 양궁형제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년 2월 충북체고를 졸업하는 김우진은 이미 홍승진 감독이 이끄는 청주시청으로 입단이 확정된 상황. 대우는 동년배 중에는 최고수준이다. 임동현에 이어 김우진까지 가세한 청주시청은 이미 한국남자실업양궁의 최강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동현, 고등학교 때부터 엘리트 코스 밟아

임동현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3연패, 올림픽 단체전 2연패 등 경력도 화려하다. 주변에서 “임동현은 어린 나이에 이뤄놓은 것이 많아서 목표의식이 떨어 질까봐 걱정”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김우진의 가세는 임동현에게도 큰 자극이 될 전망이다.

프로필 상 시력은 0.1. 본인은 “실제로는 0.2∼0.3”이라고 말한다. 외신에서 집요하게 관심을 갖지만, 정작 임동현은 “양궁은 감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웃어 넘긴다.

하지만 평소에는 TV와 컴퓨터도 장시간 하지 않을 정도로 눈 관리가 철저하다. 임동현의 다음 목표는 2012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다. 모든 상을 다 휩쓴 임동현의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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