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희. 사진=연합뉴스.
7∼8초만 남기고 슛 ‘그녀만의 리듬’
모두가 가슴을 졸였지만, 그것은 그녀의 금빛 노하우였다.윤옥희(25·예천군청)가 23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레인지에서 열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청밍(중국)을 세트스코어 6-0(27-25 28-27 28-27)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1일 단체전 우승에 이어 2관왕에 오른 윤옥희는 2006도하아시안게임 여자개인전 은메달의 한도 풀었다. 12월25일 7년간 교제한 회사원 송대선(30) 씨와의 결혼을 앞두고 기쁨은 2배였다.
승부의 긴장감을 더 고조시킨 것은 윤옥희의 슈팅타이밍. 청밍이 제한시간 20초 중 10초를 채 쓰지 않고, 슈팅하는 것과는 달리 윤옥희 2∼3초를 남기고 활시위를 당기는 경우가 잦았다. 때로 슈팅을 한 뒤 활을 옆으로 기울이며, 불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대표팀 조은신 감독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속에 윤옥희 만의 금빛 비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살얼음판 슈팅을 즐기는 윤옥희 만의 루틴
윤옥희의 소속팀인 예천군청 문형철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윤)옥희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일단 20초 중 활을 잡기 전에 이미 10초 이상을 보내고, 약 7∼8초 만에 활을 쏜다. 너무 빨리 활을 들면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루틴이란 생각과 행동을 일상화·자동화시킴으로써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요소를 없애고, 집중력을 높이는 습관 또는 인식을 뜻한다. 양궁선수들은 대개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도하아시안게임 2관왕 박성현(전북도청)은 상의 칼라를 만지고, 현이 모자에 걸리지 않도록 다듬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살얼음 판 슈팅, 그것이 윤옥희만의 리듬인 것이다.
그래서 국내대회를 할 때면, 지도자들이 뒤에서 “3·2·1(초)”라고 남은 시간을 불러주기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계를 보면서 슈팅을 했다. 윤옥희는 “저는 그런 것을 즐겨요”라며 웃었다.
○예민한 손끝감각, X-텐이 아니면 갸우뚱
슈팅을 한 뒤, 활을 옆으로 기울이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데도 이유가 있다.
문 감독은 “(윤)옥희는 자기 감각을 끝까지 느끼면서 활을 쏘는 스타일이다. 10점이 들어갔음에도 실수한 표정을 지을 때 보면, 9점에 가까운 10점인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그녀의 예민한 손끝의 신경은 10점 과녁이 아니라, 표적의 정중앙을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10점을 쏘더라도 만족하지 않고, 더 정교한 다음 발을 준비할 수 있다.
얼핏, 슈팅 이후 순간적으로 자세가 무너지는 것 같아도, “느낌을 끝까지 잡아주기 때문에 자세의 포인트가 정확하다”는 것이 양궁 관계자들의 평가다.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굳힌 윤옥희는 “중국 양궁에 더는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다. 너무 너무 좋아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