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지도자의 단합이 ‘세계표준’ 만들다

입력 2010-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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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까지 日에도 뒤졌던 한국양궁 “맞춤형 기술 만들자”…궁우회 조직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양궁의 양대 산맥은 미국(남자)과 소련(여자)이었다. 한국은 심지어 아시아권에서도 일본에 뒤졌다.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이사가 “그 때는 일본에게 얼마나 멸시를 당했는지 모른다. 딱 한번만 이겨보는 것이 꿈이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코치들이 몰래 한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캠코더로 찍다가 망신을 당한다.

대표팀 유수정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서 윤옥희(예천군청)가 예민했다”고 전한다. 불과 30년 만에 세계최정상에 위치한 한국양궁의 비법은 ‘표준화된 지도 매뉴얼’에 있다.


○최고의 기술을 찾기 위한 여정

대부분의 종목이 그렇듯, 양궁 역시 외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의 일본처럼 우리도 1970년대까지 유럽의 경기장면을 담기 바빴다. 하지만 그들의 체격조건은 우리와 달랐다.

한국지도자들은 우리 선수들의 체격에 맞는 기술들을 연구했다. 이 중심이 됐던 것이 1980년 초반 창립된 ‘궁우회(현 지도자협의회)’라는 조직이다. 궁우회의 뿌리는 1970년대 말 영·호남 지도자들이 만든 ‘태극회.’ 여기에 서울·수도권 지역 지도자들도 합심하면서 궁우회가 탄생했다.



궁우회의 회원은 전국 각지의 지도자들. 연간 2∼3회 가량 세미나를 열어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그 문제점을 짚으며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갔다. 입술의 정 가운데 현을 두지 않고, 입술에서 약간 옆으로 빗겨 현을 당기는 ‘사이드 앵커’도 여기서 나왔다.

서양선수들보다 어깨와 팔꿈치 사이는 길고, 팔꿈치와 손끝 사이는 짧은 한국 선수들의 신체적 특성을 반영한 기술이다. 이런 식으로 오랜 동안 토론한 성과물이 한국양궁의 지도 매뉴얼이다.


○표준화된 기술, 실력 향상 연속성 담보

덕분에 한국 양궁은 지도자 간에 기술적 단절이 적다. 학생선수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더라도, 큰 틀에서 기술과 자세에 대한 지도법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연속성 있게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킨다.

대한양궁협회 장영술(현대제철 감독) 강화위원은 “이 곳에 와서 보니, 아시아권 선수들의 동작이 모두 한국 선수와 비슷해 졌다”고 평했다. 세계 각국에 진출한 한국의 지도자들은 한국의 지도 매뉴얼을 수출했고, 이제는 한국이 세계양궁의 표준이 된 것이다.

이제 궁우회의 토론 기능은 대한양궁협회에서 담당한다. 대한양궁협회는 연간 1회 4박5일간 지도자 강습회를 열고, 초·중·고·대학일반 모든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을 만든다.

‘더 나은 기술 습득’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렸기에, 양궁은 아마추어 체육단체들 가운데 가장 파벌 갈등이 적은 종목으로 손꼽힌다. 지도자들의 열정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이유다.광저우(중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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