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균의 7080 야구] 마무리훈련 들어간 8개구단, 자기 방식 찾아야 ‘藥’

입력 2010-1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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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구단이 마무리훈련에 한창이다. 시즌을 마친 뒤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반성과 데이터를 통해 다음 시즌을 대비한 보강훈련을 하는 중요한 시기다.

프로야구 초창기라 할 수 있는 1980년대 말 극기훈련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 SK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태평양 돌핀스에서 지휘봉을 잡았을 때다.

지금도 김 감독이 맡은 팀은 다른 팀에 비해 훈련량이 많지만, 당시에도 훈련방식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강도높은 훈련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전 선수단의 정신강화라는 이름 아래 1989년 1월 오대산으로 극기훈련을 갔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태평양의 다른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체력에서는 자신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훈련 중 몇 번이고 박차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마 오기로 참고 이겨냈던 것 같다.

당시를 기억해보면 참으로 추웠고 눈이 많이 왔다. 엄동설한 오대산 자락에서 두꺼운 얼음을 깨고 흐르는 물에 몸을 담갔고, 눈발이 휘날리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 웃옷을 벗고 참선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햇살이 비치는 대낮이 아니라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상으로 떨어지는 저녁을 이용했다.

일주일 정도의 훈련 중 핵심은 오대산 야간산행이었다. 눈과 빙판으로 뒤덮인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아무리 운동으로 다져진 선수들이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쉽지 않은 난코스였다. 아마 기억에 20시간 정도 쉬지 않고 걸었던 것 같다.

다행히 선수단 전원이 큰 부상 없이 산행을 마쳤다. 당시 35세였던 나는 우측무릎에 처음으로 물이 차는 고통을 맛보았지만, 당시에는 당연히 해야 하는 훈련 스케줄의 한 부분으로 생각했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야구선수에게 과연 그런 훈련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훈련방식과 시스템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야구는 팀워크를 우선시해야하는 스포츠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태평양은 당시 그런 훈련을 통해 패배주의를 떨쳐낼 수 있었고, 개인의 능력보다 팀으로 뭉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단 한 명도 핑계를 대거나 낙오하지 않고 완주를 한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런 극기훈련을 한 태평양이 1989년 돌풍을 일으키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다른 팀들도 해병대 훈련이다 뭐다 해서 극기훈련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그것을 성공 사례로 보고 무작정 모델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SK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다른 팀들도 마무리훈련에서 너도나도 강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팀마다 색깔과 능력이 다르고, 개개인의 재능도 다르다.

다른 팀의 좋은 점을 관찰하고 연구하되, 자기 팀의 색깔을 갖고 선수들을 조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극기훈련이 모든 팀에 만병통치약이 되지 않았던 것처럼 휴식 없는 강훈련만이 능사는 아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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