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누나들 사랑먹고…18세 막내 골드반란

입력 2010-1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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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사진=연합뉴스.

선배들 음악까지 챙기는 ‘강심장’ 막내…10년만에 고교생 남자궁사 계보 이어
양궁 2관왕 김우진 스토리

마지막 발이 10점 과녁을 통과했다. 김우진(18·충북체고)이 양창훈(40·현대모비스)∼임동현(24·청주시청)에 이어 고교생 남자궁사의 계보를 잇는 순간이었다. 양창훈은 남자대표팀 코치로 우승의 순간, 김우진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임동현 역시 대표팀 동료로 관중석에서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김우진은 24일 아오티 아처리레인지에서 열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타룬디프 라이(인도)를 승점 7-3(28-28 28-27 28-29 28-27 29-27)으로 꺾었다.


○고교생 궁사 맥 이은 김우진

한국 여자양궁에서는 김진호∼김수녕∼윤미진∼곽예지 등 무수한 여고생 궁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양궁에서는 고등학생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첫 번째 남자고교생 스타는 남자대표팀 양창훈 코치다.

양 코치는 고1이던 1986서울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임동현 역시 고1이던 2002부산아시안게임과 고3이던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임동현은 “사실상 거의 10여 년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는 남자고교생 선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대표팀 막내 부담 뚫고 골드텐

막내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대표팀의 심리상담을 담당한 대전 선병원 정신과 김영돈 박사는 “김우진은 어린 나이에도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한다. 임동현 역시 “나는 고등학교 때는 형들한테 방해만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단체전에서는 사실 (김)우진이 덕을 많이 봤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김우진은 기가 살면 무섭게 10점을 향하는 스타일이다. 이미 양궁관계자들은 20일 예선에서 김우진이 개인 싱글 세계신기록(1387점)을 수립했을 때, 금빛 시위를 예감했다. 대표팀 김성훈 감독은 “옆에서 잘 다독여주면 더 잘하는 선수라서, 좋은 분위기를 많이 살려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누나들 음악 선곡까지 챙기는 세심한 동생

대표팀 막내는 운동 뿐아니라 생활면에서도 2중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양창훈 코치는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으니 눈치가 보이고,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우진은 과묵하면서도 잔정이 많아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여자대표팀 주현정(현대모비스), 윤옥희(예천군청), 김문정(청원군청)은 “듬직한 동생이다. 먹을 것도 잘 챙겨주고, 누나들을 위해 노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주기도 한다. 어떻게 안 예쁠 수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훈련 종료 후 양궁장 정리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나오니, 칭찬일색일 수밖에 없다. 내년 졸업 후 청주시청에 둥지를 트는 김우진은 “선배들이 격려해줘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서 “2012런던올림픽에서도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역대 한국양궁에서 올림픽 남자개인전 우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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