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궁 지도자의 힘] “옥희야 곧 결혼하잖아 편안하게 쏴”

입력 2010-1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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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야 곧 결혼하잖아 편안하게 쏴”
양궁사령탑 금빛작전도 세계 최강

남자양궁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이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중국의 실수도 한 몫을 했다. 중국은 결승에서 6점을 쐈다. 양궁에서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곧 실력. 한국 양궁 관계자들은 “저런 긴박한 순간에 만약 한국지도자가 중국 선수의 뒤에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라며 의문부호를 달았다.


○승부처에서는 지도자의 말 한 마디가 곧 기록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도자도 긴장을 하게 마련이다. 여자대표팀 조은신(경희대) 감독은 “여자개인결승에서 (윤)옥희(예천군청)가 흔들릴 때마다 ‘12월에 결혼하잖아. 좋은 생각, 편안한 생각을 하라’고 말해줬다”고 털어놓았다.

남자대표팀 김성훈(상무) 감독 역시 “(김)우진(충북체고)이 같은 경우는 말을 많이 해줘야 하는 스타일이라서, 남자개인결승에서 꼭 필요한 한 가지 자세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런 것들이 아시아와 세계정상을 호령하는 한국 지도자들의 경험이자, 노하우다. 한국양궁은 다수 지도자들이 국제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구조화시켰다.


○2년 임기 올림픽은 경험 풍부한 지도자들로

양궁은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중 대표팀 지도자의 교체 주기가 가장 짧다. 성적이 부진해서도 아니고, 외압이 작용해서도 아니다. 대한양궁협회는 강화위원회를 통해 대표팀 지도자를 선임하는데, 보통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은 임기가 1년이다.

반면, 가장 중요한 올림픽은 2년 간 코칭스태프를 유지한다. 지도자 선임의 제1원칙은 현장 감각이다. 그래서 양궁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소속팀이 없는 지도자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일이 없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대표팀을 맡았던 장영술(50·현대제철) 감독과 문형철(52·예천군청) 감독은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지도자다. 이들은 2007년부터 대표팀을 책임졌다. 올림픽에서는 이처럼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뽑는다.


○1년 임기의 AG·세계선수권은 기회 문 넓혀


한편, 2009울산세계선수권에서는 지도자도 세대교체가 됐다. 남교현(42·농수산홈쇼핑)-구자청(43·현대모비스) 감독 등 40대 초반의 지도자들이 각각 남녀대표팀을 지휘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조은신(46·경희대) 감독과 유수정(43·계명대) 코치를 대표팀에 승선시키며, 사상 최초로 여성 지도자들만으로 여자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는 젊은 지도자들에게 기회의 문을 넓히고, 코칭스태프 인선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이사는 “젊은 지도자들이 미래의 올림픽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는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지도자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임기는 12월까지다.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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