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4.7초전 터진 현주엽 동점슛… 연장서 뒤집은 기적의 금빛 드라마
한국 남자농구 역사에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한국은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20년만에 금메달을 차지하는 영광을 맛봤다. 김진 감독(당시 동양)이 사령탑을 맡았고, 이상민 서장훈 신기성 전희철 추승균 현주엽 방성윤 등이 주축 멤버였다. 8년 전 금메달 주인공 중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 나선 선수는 김주성과 이규섭, 둘 뿐이다.
몽골 일본 북한 홍콩 카자흐스탄 등을 연파하며 승승장구한 한국은 준결승에서 필리핀과 맞붙었다. 종료 24초전까지 66-68로 뒤졌던 한국은 이상민의 그림 같은 버저비터 3점슛으로 69-68,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두며 ‘기적의 역사’를 시작했다.
한국의 결승 상대는 중국. 한국은 82년 뉴델리대회 우승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4번 만나 모두 고개를 떨구며 주저 앉았다. 더욱이 당시 중국대표팀에는 2002년 NBA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야오밍이 버티고 있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중국이 한 수, 아니 두 수 위였다.
한국은 예상대로 2쿼터 한 때 26-43까지 뒤지는 등 초반 분위기를 넘겨주고 힘겹게 끌려갔다.
3쿼터 중반, 김주성이 야오밍의 슛을 블록하면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더니 전희철의 3점슛, 서장훈의 덩크가 잇달아 터지며 53-59로 따라붙었고 4쿼터 중반까지 한자리수 내 접전은 계속됐다.
하지만 4쿼터 종료 1분7초를 남기고 81-88로 뒤진 상황에서 서장훈이 결정적인 실책을 범해 무너지는 듯 했다.
이 때 기적이 일어났다. 김승현이 가로채기에 이은 레이업슛을 성공시켰고, 현주엽이 속공으로 점수를 보탰다. 김승현은 이어 또다시 ‘백만달러 짜리’스틸을 성공시켰고, 이는 문경은의 깨끗한 3점슛으로 이어졌다.
결국 88-90로 두 점 뒤져있던 4쿼터 종료 4.7초전, 현주엽의 동점 레이업슛이 터졌다. 연장에 들어가자, 중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국은 현주엽이 연장에만 6점을 뽑으며 결국 102-100,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은 부둥켜 안은 채 눈물을 쏟으며 기쁨을 함께 했다.광저우(중국)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