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우생순 드라마, 허무한 조기종영

입력 2010-11-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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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올림픽에서나 반짝 관심을 받다 대회가 끝나면 바로 ‘한데볼’ 선수로 돌아가는 그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건 이기적이었다.

‘아시아의 맹주’ 한국 여자 핸드볼이 아시아경기 6연패에 실패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이어온 무적 신화는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한국은 25일 광궁 체육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일본에 28-29로 졌다. 일본은 이전까지 한국의 적수가 아니었다. 1972년 뮌헨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고 한국은 상대 전적에서도 30승 1무 5패로 앞서 있었다. 이날도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국은 5-5로 맞선 전반 12분부터 6분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나카무라 가오리(6득점)를 시작으로 5골을 연속해 성공시키며 10-5로 달아났다. 후반 초반 8점 차까지 뒤졌던 한국은 21-27로 뒤진 후반 22분부터 문필희의 3득점 등 연속 4골을 넣으며 25-27까지 따라붙었고 경기 종료 2분을 남겨 놓고 이은비의 골로 27-28을 만들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대표팀 가운데 6명은 대회가 끝나면 실업자로 돌아간다. 이날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문필희, 류은희(이상 6점)와 김온아는 지난달 팀을 해체한 벽산건설 소속이다. 이민희, 남현화, 명복희가 속한 용인시청 역시 팀 해체의 길을 걷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벽산건설을 인수할 기업이 없다면 인천시청 팀을 만들겠다고 했고, 용인시청은 경기도체육회가 예산의 절반을 책임지면 팀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이재영 감독은 “어제 연습할 때만 해도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았는데 처음부터 경기가 안 풀려 그런지 선수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자만한 것은 아니지만 실수가 많았고 슈팅은 난조였다”며 “가슴이 아프고 책임을 통감하지만 여자 핸드볼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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