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평도를 포격 도발한 이후, 국가정보원에서 주는 이른바 ‘절대시계’가 누리꾼 사이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26일 북한군의 연평도 도발을 두고 “위대한 력사가 완성됐다”며 노골적으로 김정일 부자를 찬양한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네이버 카페에 대해 누리꾼들의 신고가 이어지자,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이 사이트에 대한 신고를 독려하던 누리꾼들 사이에선 “아뿔싸, 내 ‘절대시계’ 물 건너갔네!”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 게시판에 “여긴 더 신고를 해봐야 절대 시계를 못 받는다. 새로운 북한 추종 카페를 찾아내자!”는 글을 올렸다.
‘국정원 절대시계’는 간첩이나 좌익사범, 중대한 정보 누설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국정원에 신고하면 보내주는 손목시계다. 국정원을 뜻하는 ‘NIS’ 마크가 선명하게 박혀 있으며, 남녀용으로 구분된다.
국정원에서 붙인 정식 명칭은 없지만, 누리꾼들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보물 ‘절대반지’(The One Ring)에 빗대 ‘절대시계’라고 부른다.
국정원 관계자는 “신고자에게 무조건 절대시계를 주는 것은 아니고, 신고 내용이 우수한 경우에 준다”며 “시계 외에도 티머니 카드, 볼펜, 손톱깎이 등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선물은 ‘절대시계’다. 이 시계를 차면 머리 위에 ‘간첩을 잡은’이라는 글자와 함께 후광이 비치며 간첩이 눈을 가리고 멀리 도망간다는 우스개가 나돌기도 한다. 신촌 소재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한 학생이 절대시계를 받았다며 ‘인증’ 사진을 올려놓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런 가운데 연평도 사태까지 터지자, 누리꾼들의 이적 행위 신고는 더욱 가속도가 붙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111 콜센타에 신고하는 건수가 전보다 20배 이상 늘었다.
이러다 보니, 게임처럼 하나의 놀이 문화로 국정원 신고를 즐기는 누리꾼들도 늘고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절대시계를 받으려면 신고 마일리지를 얼마나 쌓아야 하느냐? 만렙(게임에서 최고 레벨) 쌓아야 하나?”는 질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 총학 후보가 ‘남북한 중 어디서 도발을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며 다른 누리꾼들에게 국정원에 신고하면 ‘절대시계’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