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대표팀 승선에 금메달까지. 4년전 도하의 아픔을 씻은 삼성 조동찬이 SK 정근우와의 릴레이인터뷰에서 “앞으로 진짜 야구를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스포츠동아DB
■ 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너무 터프해…소프트랜딩 가르쳐 줄까?
정근우 “SK수비수들 다리로 막지 않게 부탁 좀…”
Q1. 아시안게임 전 상무테스트 소식에 마음 아팠어
A1. 금메달 절박했죠 …대구 오면 맛있는 밥 살게요Q2. 넌 속 깊고 여려…자신감 가져도 될 실력인데?
A2. 자신은 있는데 야구가 잘 안될땐 티가 나나봐요
-내가 볼 때 동찬이는 도루 능력도 있고, 타격도 잘 하는 것 같아. 그런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너무 터프하게 하더라. 옆에서 봐도 다칠까봐 걱정할 정도로. 어깨 수술까지 해놓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뿐하게 소프트랜딩하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찾아와라(웃음). 아니다 (조)동화한테 배우던가.(웃음)정근우 “SK수비수들 다리로 막지 않게 부탁 좀…”
Q1. 아시안게임 전 상무테스트 소식에 마음 아팠어
A1. 금메달 절박했죠 …대구 오면 맛있는 밥 살게요Q2. 넌 속 깊고 여려…자신감 가져도 될 실력인데?
A2. 자신은 있는데 야구가 잘 안될땐 티가 나나봐요
“어떤 순간이 왔을 때 절대 몸을 사리지 않는 편이에요. 다리부터 들어가는 거랑 머리부터 들어가는 거랑 비교하면 차이가 많아요. 전 확실히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빠른 것 같아요. 헤드퍼스트가 분명히 부상 위험은 더 높겠죠. 하지만 죽고, 살고 차이는 크지 않나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부상위험도 잊나 봐요. 살려는 생각 때문에요. 동화 형은 확실히 부드럽게 다리로 먼저 들어가는 편이죠. 형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둘 다 다리가 짧아서 비슷할 텐데.(웃음) 둘이서 가끔 키도 대본다고 들었는데, ‘도토리 키재기’ 아닌가요?”
-신문만 보자면 (조)동화가 동생을 일방적으로 챙기는 걸로만 비쳐지는데, 동찬이 너도 형을 각별하게 챙기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형을 안 보이는 데서 챙기고 있니?
“별로 티내는 걸 안 좋아해요. 하지만 형이 절 챙기는 건 제 눈에도 확실히 보여요. 제가 힘들어할 때면 조언도 많이 해주고요. 하지만 전 특별히 형한테 해준 게 없네요. 이제부터라도 잘 해야죠. 형이 결혼할 나이도 되고 했으니 이젠 제가 형을 잘 돕고 싶어요.”
-한국시리즈 때 삼성이 SK를 만나서 4전 전패했잖아? 어떤 점이 많이 힘들었니? SK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솔직히 많이 궁금하다.
“시리즈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선수들은 다 ‘두산보다는 더 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붙어보니 힘들더라고요. SK는 역시 분석을 많이 하는 팀 같아요. 저는 정규시즌에도 SK만 만나면 잘 못했어요. 간신히 1할을 쳤던 것 같은데.(실제로 2010시즌 SK전 12경기에서 39타수 7안타로 타율이 0.179였다) 시리즈 때도 부진해서 속이 상했죠. SK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요? 이건 좀 예민한 질문인데…. 솔직히 말할게요. (상대팀 선수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때도 (SK) 수비수가 다리를 구부리는 바람에 머리나 손을 다칠 수도 있거든요. 같은 선수끼리 보호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안 그러면 상대팀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거든요.”
-동찬이 너 알고 보면 속이 깊고, 마음이 여리잖아. 너 정도 실력이면 자신감을 더 가져도 될 텐데. 프로는 자기 실력으로 사는 세상이니까 조금 더 긍정적이고, 공격적으로 임하면 지금의 동찬이보다는 더 나은 동찬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감이 있어도 티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그래도 올해는 자신감 있게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내성적인 편이에요. 다른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야구가 잘 되면 자신감도 넘쳐 보이고, 안 되면 떨어지는 법 아닐까요? 어쨌든 못할 때는 티가 나나 봐요. 야구가 전부니까요.”
-이번 아시안게임 때 동찬이 네가 방으로 나를 찾아와 진지하게 이런 말을 했다. ‘형, 도하 때같은 일 두 번 다시 안 벌어지겠지?’ 안 그래도 나도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주변에서 하도 금메달 금메달 얘기하는데 야구란 건 어찌될지 모르니까. SK도 슝디한테 졌잖아? 그래서 잠을 설치고 있는데 네가 와서 도하 얘기 꺼내는 바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때 ‘분명히 이긴다’고 얘기는 했지만 속은 편하지 않았어. 그런데 너는 내 덕분에 마음이 상당히 편해진 것 같더라.(웃음) 형은 아직도 잠 설친다. 책임져라.(웃음)
“운동 끝나면 사실 불안해서 밖에도 안 나가고 방에만 있었죠. 군대 갈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형이 잘 다독여줬지만 저는 사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계속 불안했어요. 형이 저한테 잘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우승하고 나서 형이 ‘올림픽 때 전화하면서 어머니가 우는 바람에 눈물 많이 흘렸다’며 저한테도 어머니한테 전화하라고 했죠?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안 우셨어요. 나중에 들었는데요. 어머니가 우는 척 안 하신 거라네요. 실제로는 많이 우셨대요.”
-대만 꺾고 우승하니까 특히 (안)지만이랑 너랑 무지하게 좋아하더라. 축하한다. 그런데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병역혜택을 받아서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다.(웃음) 때로는 군대가 사람을 만들 때도 있다. 갔다 와서 잘 된 사람도 많지 않냐? 병역면제 받았다고 연봉이 수직상승하거나 창창한 앞날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 병역은 잊어라. 앞으로 너의 각오를 듣고 싶다.
“왜 이래요. 원래 이렇지 않잖아요. 너무 진지하시네. 하지만 저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까지도 야구 하면서 많은 걸 배워왔는데, 내년부터가 저에겐 진짜 야구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으니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성적,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 에피타이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를 제패한 한국야구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무난히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4년 전 도하에서의 참담한 패배를 만회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어느새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2루수로 자리 잡은 SK 정근우(28)의 활약도 남달랐다. 운 좋게 대표팀에 합류해 전천후 백업요원의 역할을 맡았던 삼성 조동찬(27)의 숨은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정근우와 조동찬. 둘은 도하에 이어 광저우까지, 아시안게임만 두 차례나 함께 뛴 묘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조동찬을 향한 정근우의 질문에는 관심과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조동찬은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롯데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를 지목했다.
● 정근우가 조동찬에게
(조)동찬아, 솔직히 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네가 상무 입단 테스트 받으러 간다는 소리를 듣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2006년 도하 때 아픔을 경험했으니 2010년에는 정말 열심히 잘 해서 병역문제가 해결됐으면 했는데, 너의 소원을 이뤄주는데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서 더 바랄 나위가 없구나. 네가 대표팀 와서 훈련할 때부터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니까 형도 믿음이 생기고 정말 좋았어. 그때부터 왠지 네가 잘될 것 같았는데 내 예감이 맞았다.
● 조동찬이 정근우에게
형은 원래 장난기만 많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함께 지내면서 진지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죠. 훈련 때나 경기 때나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저한테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박했거든요. 대구 오면 꼭 전화하세요. 맛있는 것 많이 사드릴 게요. 그리고 설마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언젠가 형에게 힘들 때가 있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 도울 게요.
● 삼성 조동찬은?
▲ 생년월일= 1983년 7월 27일
▲ 학교= 중동초∼공주중∼공주고
▲ 키·몸무게= 180cm·80kg(우투우타)
▲ 프로 데뷔= 2002년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지명으로 삼성 입단
▲ 2010년 연봉= 9500만원
▲ 2010년 성적= 95경기 332타수 97안타(타율 0.292) 9홈런 51타점 33도루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