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리그 1위는 독이 든 성배?

입력 2010-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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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리그1위팀, 챔프 1차전 무승…공백기간 무뎌진 실전감각…치명적 약점
2009년 12월, 성남 일화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앞둔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을 훈련장에서 만났다. 최 감독은 “언론에서 경기감각을 많이 우려하는 데 훈련을 실전처럼 했다. 문제없다”고 큰 소리쳤다.

그러나 속마음은 달랐다. 성남과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최 감독은 “솔직히 큰 압박을 받았다. 20일 가까이 경기가 없다는 건 치명적이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다른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공식경기가 오랜 기간 없다는 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2007년 6강 PO 제도가 도입된 뒤 리그 1위 팀의 경기감각 유지 여부는 늘 이슈였다.


○리그 1위 챔프전 1차전 승리 없어

지금까지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7년 이후 리그 1위 팀이 챔프전 1차전을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07년 성남은 포항에 1-3으로 패했고 2008년 수원은 서울과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작년 전북 역시 성남과 득점 없이 비겼다.

올해도 역사는 되풀이됐다. 서울과 제주가 2-2로 비겼다. 서울은 이날 경기감각 자체는 괜찮았다. 그러나 골 감각에서는 분명 문제가 엿보였다.

2007년 성남은 20일 만에 경기를 치렀고 2008년 수원은 24일 만에 작년 전북은 무려 한 달 만에 공식경기를 가졌다.

서울은 올해 28일 만에 제주와 맞섰다.


○결과에 영향 있다? 없다?

결과만 놓고 보면 리그 1위 팀이 오히려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이 큰 경기를 앞두고 부담이 배가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일 뿐 실제로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1년에 20∼30경기를 치르는 데 20일 공백은 큰 문제가 없다. 장기레이스 1위는 아무 팀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위를 할 정도면 괜찮다. 초반 15분 정도만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좀 더 세부적인 진단도 있었다.

2008년 수원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한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6강PO, 준PO, PO를 치르면서 상승세를 탄 팀은 분명 두렵다. 그러나 PO 1경기만 치르고 올라오는 2위 팀과는 경기감각에서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번 챔프전 미디어데이 때 서울 빙가다 감독이 “제주는 우리보다 1경기 더 치렀을 뿐이다. 큰 문제없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경기 일정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07년 포항은 6강PO를 치른 뒤 1주일 간 휴식을 가졌다. 그해는 챔프전 1차전과 2차전 사이에도 1주일 간격이 있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모든 경기가 3∼4일 간격으로 벌어지고 있다. 6강 PO부터 치르는 팀은 체력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서귀포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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