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내몰린 선수들 “이러다 이혼 당하면…”

입력 2010-1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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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넥센·한화를 제외한 5개 구단이 모두 지나치게 긴 마무리 훈련을 소화해 정해진 참가활동 일수를 넘겼다. 특히 KIA는 
24일, SK(사진)는 21일, LG는 20일이나 초과했다. 각 구단 선수들은 “인권 침해에 가깝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넥센·한화를 제외한 5개 구단이 모두 지나치게 긴 마무리 훈련을 소화해 정해진 참가활동 일수를 넘겼다. 특히 KIA는 24일, SK(사진)는 21일, LG는 20일이나 초과했다. 각 구단 선수들은 “인권 침해에 가깝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에서 12월과 1월은 비활동기간이다. 그러나 12월이 시작됐지만 대부분의 팀은 마치 경쟁하듯 마무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는 유명무실해졌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비활동기간 훈련,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일까.


짓밟힌 약속!

8구단이 합의한 야구규약 불구 휴지조각 취급
SK 호성적에 타구단들도 비활동 기간 ‘채찍질’



○비활동 기간 마무리훈련 열풍

2008년 2월 19일 개정된 야구규약 136조는 ‘합동훈련’에 관해 적시해 놓았다. 이에 따르면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익년 1월 31일까지의 기간 중에는 야구경기 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 전지훈련 관계로 선수들이 요청할 경우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을 실시할 수 있지만, 해외 전지훈련은 1월 15일부터 시범경기 전까지로 한다”고 돼 있다.

공식적으로 12월과 1월은 비활동기간. 그러나 11월 안에 마무리훈련이 종료된 팀은 롯데 넥센 한화 3팀뿐이다. 나머지 5개팀은 모두 12월을 넘겨서까지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다. 삼성은 10월 31일부터 시작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3일 귀국한다.

두산이 미야자키 훈련을 마치고 11일 귀국하고, 미국 플로리다에서 훈련하는 LG는 20일에 50일간의 마무리훈련을 마친다. SK는 일본 고지(11월 19일∼12월 21일), KIA는 일본 미야자키(11월 21일∼12월 24일)에서 마무리훈련을 한다. 국내에 있는 선수들도 사실상 자율을 가장한 강제훈련에 동원되고 있다.



독의 욕심?

LG 박감독 “1위팀 보다 훈련량 적어서야…”
PS진출팀“11월말까지로는 훈련 기간 부족”



○유행처럼 확산되는 장기 해외훈련


비활동기간에 훈련을 고집하는 감독들은 항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구단에서 선수 대신 비용을 지불하면서 훈련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인데 선수들이 고마워해야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SK가 비활동기간에 계속 훈련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자 다른 팀들도 이에 합세하는 양상이다.

LG 박종훈 감독은 “8년 연속 4강에 가지 못한 팀이 1위팀보다 훈련이 적어서 되겠느냐”면서 선수들의 훈련을 독려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을 치른 팀들은 “하위팀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면서 “11월말까지만 훈련하면 마무리훈련 기간이 턱없이 적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빼앗긴 겨울!

KIA·LG·SK선수 가족과 보낼시간 2주도 안돼
“시즌 6개월간 여행한번 함께 못갔는데…” 한숨



○“이혼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엄밀히 말하면 비활동기간 훈련은 8개구단이 합의한 야구규약을 휴지조각처럼 만드는 일이다. 항상 “원칙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야구규약부터 어기는 것은 모순이다. 해외훈련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의 구단도 반기지 않고 있다. 선수단 규모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억원 안팎을 쏟아부어야한다.

감독들은 “선수를 위한 훈련”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감독의 욕심이다. 곧바로 1월초면 동계훈련이 소집되고,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야한다. KIA LG SK 선수들은 비활동기간에 사실상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2주일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A 선수는 “시즌 6개월간 가족과 여행 한 번 할 수 없다.

홈경기 때도 집에 들어가면 딸아이는 자고 있다. 비 시즌에도 가족과 얼굴 볼 시간이 없다. 이러다 이혼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프로야구 선수들이 최소한의 행복권과 인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유노동 무임금!

활동 대상기엔 1일 야구 안하면 300분의 1 감액
12월·1월엔 훈련 내몰면서 월급은 한푼도 안줘



○불법적인 노동 강요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의 현실은 불법적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던 1960∼70년대 노동자와 흡사하다. 야구규약 67조는 “계약서에 표시된 참가활동보수의 대상기간은 매년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10개월간으로 하고 10회로 분할하여 지급한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12월과 1월에 구단으로부터 받는 월급은 0원이다.

그렇다면 구단은 이 기간에 훈련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정상이다. 야구규약 71조는 “선수가 총재의 제재 혹은 계약서에 표시된 야구경기, 합동훈련 또는 여행 등과 직접 관련없는 상병 때문에 야구활동을 정지할 경우, 구단은 야구활동정지 1일에 대해 계약서에 약정된 참가활동보수에 3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고 ‘참가활동보수의 감액’에 대해 명시해 놓고 있다.

이 조항을 반대로 해석하면 계약서에 약정되지 않는 야구활동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최소한 참가활동보수에 300분의 1을 날짜로 계산해서 지급해야 옳다. 코치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대표자 회의 개최, 단장회의 결론은?


선수협은 지난해 비활동기간에 훈련할 경우 선수상조회에 벌금 5000만원을 물리도록 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누구도 벌금을 내지 않았다. 선수협은 벌금제재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2일 KBO와 구단 대표를 만나 프로야구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다.

선수협에서는 권시형 사무총장을 포함한 3명, KBO와 구단을 대표해 이상일 사무총장과 두산 김승영 단장, KIA 김조호 단장이 참석했다. 선수협은 이 자리에서 “일반직장은 주 5일 근무를 하는데, 야구선수들은 시즌 때 이동일을 포함해 평균 6.5일을 근무한다.

비 시즌에는 부상방지를 위해서라도 절대적인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훈련하는 것은 선수에게 너무 가혹하다. 선수들은 비 시즌에 은퇴 후의 삶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현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단 구단 대표들은 선수협의 얘기에 공감하면서 16일과 17일 광주에서 열리는 단장회의 때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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